연휴 때 비응급·경증환자 급증...응급환자 진료 차질 우려
응급실은 위중한 응급환자 최우선 진료하는 곳 이해해야

[라포르시안] 지난 22일부터 5일 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된 가운데 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경증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돼 응급실 근무를 하는 의료진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추석 기간(9월 14∼18일)에 전국 주요 대학병원과 대형병원의 151개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환자는 12만8,000으로, 하루 평균 2만5,600명에 달했다.

추석 당일과 그 다음날 응급의료센터 이용환자가 가장 많았으며, 평상시와 비교하면 평일의 2.3배, 주말의 1.6배까지 응급실 내원객 수가 늘었다.

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하는 다빈도 질환군은 얕은 손상, 감기, 장염, 염좌, 두드러기, 복통, 열 순으로 주로 경증환자의 이용이 크게 늘었다.

만일 경증질환이나 비응급 상황으로 응급실을 방문했을 경우 진료비 외에도 '응급의료 관리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5만4,830원, 지역응급의료센터는 4만7,520원의 응급의료 관리료가 부과된다.

작년 추석 연휴에 감기환자가 응급실을 찾았을 때 평균 1시간 20분을 체류했고, 진료비 외에 응급의료관리료 약 4만8,000원∼5만6,000원을 추가로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연휴 기간 중에는 벌초나 성묘로 인해 독성이 있는 곤충이나 벌레에 물리거나 장염, 화상, 이물질에 의한 기도폐쇄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크게 늘어 주의가 당부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7년 추석기간 동안의 병원 이용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병원 외래를 방문한 환자 수는 총 74만 명에 달했다.

사흘의 연휴 기간 중 외래 환자수는 추석 전날이 33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추석 다음날이 27만명, 추석 당일 14만명 순이었다.

연간 외래 환자수와 2017년 추석 연휴 외래 환자수의 연령대별 점유율을 보면 30대 이하 젊은층에서 평소보다 연휴에 더 많이 병원을 찾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작년 추석 연휴 기간에 9세 이하 소아 외래 환자의 점유율은 29.3%로 연간 외래 점유율 11.7%에 비해 2.5배 더 높았다.

작년 추석 연휴기간 동안 병원을 찾은 주요 질병은 '독액성 동물접촉의 독성효과', '화상', ‘기도의 이물’ 등이 평소보다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

독성이 있는 곤충이나 벌레에 물리거나 쏘인 후 신체반응이 나타나는‘독액성 동물접촉의 독성효과’로 인한 환자수는 총 2,202명으로 추석 연휴기간의 일평균 환자수가 평소보다 2.7배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50대가 538명(24.4%)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려면 가급적 벌초, 성묘를 위해 야외시 긴소매와 긴바지를 입고, 향이 강한 로션, 향수 등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석 연휴 때 경증환자가 몰리면서 이쪽으로 응급실 의료자원이 투입돼 정말로 응급진료가 필요한 중증환자가 발생했을 때 적절하게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응급실 이용을 놓고 환자들이 의료진을 향해 불만을 쏟아내기에 십상이다. 특히 환자들이 응급실 운영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민원도 많다. 

응급실이란 말 그대로 급성질환이나 손상으로 인해 신속한 의학적 처치가 필요한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찾아가면 무조건 응급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실제로 응급환자라면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응급환자가 아니라면 많이 기다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은 일반 외래진료처럼 접수 순서에 따라 진료를 보는 곳이 아니다.

응급환자는 엄연히 법규정상 그 기준이 정해져 있다.

급성질환이나 분만,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그 밖의 위급한 상태로 인해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않을 경우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이 바로 응급환자다. 보건복지부령으로 응급증상 및 이에 준하는 증상을 정해 놓았다. 당연히 응급실 의료진이 이런 기준에 따라 응급환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응급실은 증상이 중한 응급환자를 최우선적으로 치료하는 곳이기 때문에 경증의 비응급환자는 먼저 내원했더라도 응급환자에게 진료 순서가 밀릴 수밖에 없다.

응급실을 방문했을 때 “접수부터 하세요”란 말에 화를 내는 환자나 보호자도 적지 않다. 아픈 환자를 두고 치료비부터 챙기려고 하는 야박한 병원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접수부터 하라는 말은 치료비 때문이 아니라 환자 진료를 위해 꼭 필요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일반 외래진료와 마찬가지로 응급실에서도 접수를 해야 환자의 진료차트가 생성되고 진료가 가능하다. 진료차트가 없으면 환자에게 필요한 약 처방이나 처치를 입력할 수도 없다. 의료진이 판단했을 때 정말로 위중한 응급환자라면 당연히 응급처치부터 먼저 한 다음에 접수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평소보다 더 많은 환자가 몰리다보니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료진에겐 추석 연휴 때가 더 힘들다.

한 응급의학과 의사는 "명절이 낀 연휴 기간에는 평소보다 2~3배 이상 많은 환자가 응급실로 온다"며 "주로 감기나 복통 같은 경증환자의 방문이 급증하면서 정말로 응급진료가 필요한 중증환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무조건 응급실을 찾기보다 문을 연 병의원이나 보건소 등을 먼저 확인하고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추석 연휴 간 국민의 의료이용 불편을 최소화하고, 의료공백 없는 안전한 추석 연휴를 보장하기 위하여 추석 연휴인 22일부터 26일까지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의 정보를 제공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중에 응급실 운영기관 525개소는 평소와 동일하게 24시간 진료를 하며, 다수의 민간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추석 당일(24일)에도 보건소를 비롯한 일부 공공의료기관은 진료를 계속한다.

연휴 기간 중 문을 연 병·의원이나 약국 정보는 129(보건복지콜센터), 119(구급상황관리센터), 120(시도 콜센터)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 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 응급의료정보제공 앱(App) 등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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