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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보건의료 고위급회담 개최를 기대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밤 ‘5월1일 경기장’에서 '빛나는 조국'을 관람 후 연설이 끝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라포르시안] 마침내 '판문점의 봄'이 분단의 휴전선을 넘어 '평양의 가을'과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판문점 선언'에 이어 지난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는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판문점선언을 보다 구체화하는 수준을 넘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역사적인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보건의료계에서 주목할 만한 합의내용도 있다. 평양공동선언에는 남북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남과 북은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 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기로 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 중 하나로 남북이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해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엄혹한 시절에도 인도주의적 차원의 대북 보건의료 지원사업은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남한 정부 차원에서 국제기구와 협력을 통해 북한 모자보건사업을 지원했고, 민간단체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해 영유아 영양개선사업, 의약품 지원, 진료소 개선 및 결핵 치료사업 등을 꾸준히 펼쳐왔다. 그러나 대북 보건의료 지원사업은 남북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부침이 컸다. 특히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보건의료 분야의 교류협력 논의가 더는 이어지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 때도 이런 기조가 계속 유지됐다.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뜨거운 동포애의 발로로 시행해 온 남북간 보건의료 분야 교류와 지원을 정치 논리를 앞세워 짓밟은 것과 다름없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평양공동선언을 계기로 남북 간 보건의료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남북 양 측이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기구를 통한 보건의료 분야 교류협력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통일을 경험한 독일의 경험을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통일 이전부터 동·서독간 격차 해소를 위해 보건의료분야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펼쳐왔다. 특히 동독과 서독은 1974년에 상호 보건의료 협정을 체결하고 동독의 보건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서독이 재정적인 지원을 펼치는 등 인적·물적 교류를 지속했다. 이를 통해 동서냉전이 지속되던 1980년 대까지 양국 간의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갔다.

독일의 통일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북 간 보건의료 분야의 교류협력이 통일을 여는 마중물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평양공동선언에 담은 것처럼 먼저 남북이 감염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 방역사업을 추진하고, 다른 보건의료 분야로 교류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남북 간 교류가 확대되면 방역의 중요성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먼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메르스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한반도까지 침투했듯이 남북 간 교류가 확대되면 감염병의 유입·확산 가능성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또한 많은 북한 주민이 결핵·B형 간염·말라리아 등의 각종 감염병을 앓고 있다고 알려졌다.

북한 주민의 감염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지원과 함께 남북 의료진의 학술적인 교류를 통해 이 문제를 개선하는 협력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북한의 보건의료 자원 개발과 의료의 질적 향상을 위한 인프라 확충으로까지 남북 간 보건의료 분야 교류협력이 확대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렇게 교류협력을 확대해 가다 보면 남쪽과 북쪽 병원의 의사가 원격의료를 통해 협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보건의료 분야의 남북간 고위급회담 개최와 보건의료 협정 체결 소식이 곧 들려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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