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경증질환자의 대형병원 쏠림을 개선하기 위해 오는 11월부터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적용대상 질환이 현행 52개에서 100개로 확대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대상질환 확대 추진' 방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그러나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적용대상 질환을 확대해도 대형병원 쏠림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의원협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 과연 문제가 많은 의료전달체계를 조금이나마 개선해 의원급 의료기관을 살리고, 불필요한 재정 낭비를 막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우선 이 제도가 지난 2011년부터 시행됐지만 그동안 대형병원 환자 쏠림을 개선하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련 기사: "약값 차등제 효과, 실제로 '상병코드 변경' 꼼수 때문">

의원협회는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는 2011년도에 이미 신설된 제도로 당시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와 건강보험재정 악화의 원인이 되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야심차게 시행한 제도이지만 그 같은 상황을 전혀 개선하지 못했고, 오히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됐다"며 "지난 7년간 시행된 제도에서 이미 밝혀졌지만 (상급병원은)내원한 환자에 대한 상병명 변경만으로 빠져나갈 구실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원협회는 "단순히 상병명 대상 확대에 그치는 제도는 질병 통계의 왜곡만을 심화시키는 제도일 뿐이며, 근본적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는 단지 실효성 없는 제도를 확대시킨 것에 불과하다"며 "상병병 확대만으로 제도 개선이 되려면, 기존의 52개 상병만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 그 실효성이 검증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추가되는 상병 중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종합병원으로 진료의뢰를 할 경우 한시적으로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을 적용하지 않고 향후 평가를 통해 지속 및 확대여부 등을 검토키로 한 방안도 문제 삼았다.

의원협회는 "종합병원을 방문하는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적용 환자가 종합병원 방문 후 약제비 절감을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의뢰서를 요청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진료의뢰서 발급을 거부하면 자칫 진료거부로 인지돼 민원 발생의 소지가 매우 높다"며 "결국 이번에 제시된 방안은 현 상황을 절대로 개선시키지 못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을 자연도태시키는 상황으로 치닫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유도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원협회는 ▲환자의 불필요한 의료 이용에 따른 상급병원 쏠림 현상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의료전달체계 개선 시행 ▲종합병원 방문 환자에 대한 진료의뢰서 예외 규정 삭제 ▲종별 약제 본인부담률 차등을 조정해 의원급은 20%로 하향시키고, 병원급은 40%(병원) – 종합병원은 60%, 상급종합병원은 80%로 상향 할 것 등을 제시했다.

의원협회는 "치료 효과가 동일한 질병에 대해서 상급의료기관으로 불필요한 방문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자원 및 의료비의 심각한 낭비"라며 "동네의료기관이 반드시 살아남아야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 시대를 대비할 수 있고, 효율적인 의료자원 활용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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