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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수술 음성화·낙태약 불법유통 ...산부인과 진료실 몸살낙태수술 의사 처벌 유예 방침에도 혼란 가중..."2010년 프로라이프의사회 낙태 병원 고발 때와 유사한 상황"

[라포르시안] 당초 지난 8월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불법 낙태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구분하고 해당 의료행위를 한 의사에게 1개월 자격정지 처분하는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시행에 들어갔다가 여성단체와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밀려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런 와중에 산부인과 진료현장은 낙태를 둘러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010년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 수술한 의사를 고발하는 운동을 벌인 이후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산부인과 진료실에서는 사회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와 의사 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복지부가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자 이에 반발한 산부인과 의사단체에서 낙태수술 전면 거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입법 미비로 인해 많은 낙태가 행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비도덕한 의사로 낙인찍혀가면서 1개월 자격정지의 가혹한 처벌을 당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낙태수술 음성화도 우려된다. 복지부가 행정처분을 유예하겠다고 했지만 법적인 우려 때문에 낙태수술을 거부하는 산부인과가 늘면서 음성적으로 낙태수술을 유도하는 비밀광고가 늘고 있으며, 낙태 수술비도 오르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불법인 낙태약(미프진)이 온라인 등을 통해서 고가로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NS를 통해서 '낙태약 사는 곳' '먹는 낙태약 판매처' 등의 홍보성 글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약으로 불리는 '미프진'은 임신중절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지만 복용 방법이나 주의사항을 정확히 확인하고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불법유통 되는 경우 복용방법 등의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최근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미프진을 구입하여 복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여성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며 "복용 방법, 주의사항 등에 관한 부정확한 인터넷 정보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 2010년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불법 낙태 근절운동을 벌이면서 그 이후에 벌어진 상황과 유사하다. 그 당시에도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 병원'을 고발하자 인공임신중절 시술 기관이 줄어들고 수술 비용은 급등했다. 인터넷에서 불법 낙태약을 구입해 복용하는 여성도 늘었다.

낙태수술이 음성화하면서 여성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실제로 고발을 두려워한 병원에서 여성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퇴원조치를 하기도 하며, 의무기록도 남기지 않아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산부인과 쪽에서는 더는 '낙태죄'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하고 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낙태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사회구성원 전체의 직무유기"라며 "낙태수술은 오랫동안 사문화 된 법에 의해 혼란이 있어 왔고,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 모두는 서로 책임을 미루며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복지부가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발표해 그동안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었던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아무런 사회적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비도덕적이라고 낙인을 찍고 실질적으로 의사만 처벌하고 책임을 전가했다"며 "이후 산부인과에서 낙태수술 전면 거부를 선언하면서 진료실에서 환자와 의사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고, 수술을 유도하는 비밀광고가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복지부는 임시방편으로 ‘행정 처분 유예’만 발표한 채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며 사각지대에 놓여진 국민의 건강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와 국회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회적 공론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인터넷이나 전화 상담으로 낙태 유도하는 병의원 수사 ▲낙태약 불법유통 수사 ▲낙태 관련된 사회적 합의로 현실적이고 지킬 수 있는 법 제정 ▲인공임신중절수술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요구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복지부가 계속해서 직무유기를 한다면 의사회가 자체적으로 불법낙태수술 및 불법낙태약에 대한 국민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신고 된 자료는 관계기관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9월 2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발족 퍼포먼스가 열렸다. 사진 출처: 한국여성민우회

한편으론 산부인과 의사단체가 낙태수술 중단을 선언한 것은 여성의 입장에 대한 공감이 부족한 자세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인공임신중절은 그 기한이 지연될수록 모체의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으며, 시의적절하게 안전한 방법으로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따라서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낙태수술 중단으로 복지부 개정안에 대응하는 것은 여성들 입장에선 퇴행적인 조치가 가중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진정 복지부의 개정안을 바꿔내고자 한다면 이 개정안을 통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여성들의 입장에 공감하는 자세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낙태죄로 인해 의료인들의 피해와 불안감도 크다. 낙태수술로 인한 처벌을 각오해야 하고, 보다 안전한 낙태수술을 위해서는 풍부한 지식과 의료기술이 필요하지만 불법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다고 있다.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보건의료인들은 지난 5월 공동성명을 내고 "의료인으로서 여성의 절박한 상황을 돕고자 인공임신중절을 시행하는 것임에도 체포와 기소를 각오해야 하고, 불법이란 상황 때문에 합병증과 후유증이 발생할 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나 상급의료기관으로의 의뢰는 쉽지 않다"며 "안전한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위해선 풍부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함에도 ‘불법’이라는 이유로 교육과정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할 때보다 합법화 했을 때 여성의 건강권 향상과 인공임신중절률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십 년간의 보건학적 데이터를 통해 입증된 결과는, 인공임신중절이 불법인 상황에서 인공임신중절은 줄지 않고 여성들은 위험한 인공임신중절에 노출되며 이로 인해 모성사망률이 상승하게 됨을 보여준다"며 "인공임신중절이 합법화되었을 때, 인공임신중절에 의한 감염과 모성사망률이 큰 폭으로 줄어 여성의 전반적인 건강이 향상됐으며, 현실적인 성교육과 피임문화가 조성됨에 따라 인공임신중절률 또한 감소되는 경향을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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