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에서 '여성 방어 효과' 가설 지지하는 연구결과 나왔다

[라포르시안] 자폐증은 전 세계적으로 인종, 지역, 의료수준에 관계없이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뚜렷하게 더 많다.

이 때문에 오래 전부터 과학계에서는 성 염색체와 성 호르몬 같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부분에서 자폐증의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최근 들어서는 남성과 여성의 유전자 발현이 다르고 이런 부분에서 자폐증의 원인을 찾으려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동물실험을 통해 암컷한테서만 나타나는 자폐증 발달을 막는 유전적 방어기작을 규명해 관심이 모아진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김은준 단장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여성의 자폐증 발병률이 더 낮은 원인을 찾아냈다고 12일 밝혔다.

현재 자폐증 발병에 있어 성별 간 차이를 설명하는 가설은 다양하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여성 방어 효과'(Female protective effect) 가설은 자폐증 발병에 있어 여성에게 유전자 차원의 방어 효과가 작동해 남성과 비교할 때 자폐증과 관련된 더 심각한 변이가 축적돼야만 발병한다는 이론이다.

김은준 단장 연구팀은 여성 방어 효과 가설에 주목해 성별 간 차이 연구를 설계했다.

우선 연구진은 자폐증 환자에서 발견되는 돌연변이 CHD8 유전자를 생쥐에게 도입해 실험군을 만들고 뉴런의 활성화 정도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CHD8 유전자(염색질의 형태변화를 일으키는 단백질 복합체) 돌연변이 수컷 생쥐에서는 자폐증과 유사한 행동 변화로 흥분성 뉴런의 활성화가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암컷 돌연변이 생쥐에서는 정상적인 행동이 관찰됐으며 억제성 뉴런의 활성화가 증가됐다.

행동의 차이도 보였다. 수컷 돌연변이 생쥐는 정상적인 수치에 벗어난 행동을 보였다. 어미와 분리된 상황에 놓이자 새끼 생쥐는 초음파 영역의 울음 빈도가 높아졌고, 청소년기 생쥐의 경우 어미를 찾는 행동이 증가하는 것이 관찰됐다. 지속적으로 털을 정리하는 행위(self-grooming)도 반복했다. 

RNA 분석을 수행해 성별 간 나타나는 유전체적 차이를 분석한 결과 수컷 돌연변이보다 암컷 돌연변이의 뇌에서 더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암컷 돌연변이가 CHD8 유전자 변이에 대응하는 방어기작으로서 특이적인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킨 결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CHD8 변이로 인한 자폐증 발달을 막는 특이적인 변화가 암컷에게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기존에 자폐증 환자에서 관찰된 유전자들과 비교 분석을 실시한 결과, 수컷 돌연변이 생쥐에선 CHD8 변이로 인한 유전자들이 흥분성 뉴런과 억제성 뉴런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무너뜨려 자폐증과 유사한 행동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암컷 돌연변이 생쥐에서는 CHD8 변이에 대응해 특이적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켰고, 이로 인해 균형 시스템이 지켜져 정상적 행동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했다. 

김은준 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은 “우리가 암컷 돌연변이 생쥐에서 관찰한 방어 기작은 자폐증의 발병 원인 규명 및 치료를 위한 획기적인 발견”이라며 “그간 선별적으로 수행되던 성별 간 발병률 차이 연구 분야를 선도할 중요한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8월 1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