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단 두 명뿐...보수적인 분위기·오너경영체제 등 영향

[라포르시안] 국내 제약업계에 오랜만에 여성CEO가 탄생했다. 한독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조정열(51)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조 신임 시장은 ‘전통 제약인’ 출신은 아니다. 소비재, 예술, 스타트업 등에서 여러 경험을 쌓은 전문경영인이다. 갤러리 현대와 K옥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다국적 제약사 한국MSD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 마케팅 상무 경험이 있다.

지난 2015년 제약업계 첫 여성CEO 유희원(54) 부광약품 사장에 이은 두 번째 여성CEO인 것이다. 유희원 사장은 약사 출신으로 제약계 첫 유리천장을 깬 사장으로 기록됐다.

현재까지 제약업계를 통틀어 여성CEO는 단 두 명뿐이다.

국내 제약사에서 여성CEO가 배출되지 못한 이유로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제네릭 위주의 성장을 해온 탓에 인재 선발이나 승진에서 영업실적을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다보니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국내 제약사의 '오너 중심' 경영 체계에서 딸보다는 아들을 선호하는 유교적인 관념도 여성CEO 배출의 장애물로 여겨진다.

반면 다국적 제약사는 승진이나 급여 등의 처우에서 ‘양성 평등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여성 임원 비율만 따져 봐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펴낸 ‘글로벌제약 기업문화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의 여성 고용 인원 비율은 45%이다. 이중 여성 임원 비율은 53%로 높은 직급일수록 여성의 비중이 더 높다.

반면 국내 60대 상장 제약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약 10%이고, 10대 주요 제약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고작 2.4%에 불과하다.

올해 초 한국엘러간은 김지현(48) 대표이사, 한국얀센은 제니 정 신임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 다국적 제약사에 여성CEO 임명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업계 한 임원은 “국내 제약사는 오너경영체제로 남성CEO를 선호하는 반면, 다국적 제약사는 본사를 해외에 두고 국내는 지사 개념으로 나이, 성별, 직급에 상관없이 기회와 보상이 이뤄지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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