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정책 문제점 진단' 토론회 열려..."박근혜 정부 보는 것 같은 기시감, 국민이 속았다"

[라포르시안]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런 토론회를 열게 될 줄은 몰랐다. 정부의 규제완화 혁신성장이 누구를 위한 것이고, 왜 지금인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오늘(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9 간담회실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혁신성장론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이날 토론회는 문재인 정부가 최근 잇따라 발표한 의료기기 규제완화, 산병협력단 및 의료기술지주회사 설립 추진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기 위해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윤소하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규제완화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유재길 공동집행위원장도 "문재인 정권에서 이런 토론회가 열릴 줄 몰랐다. 박근혜 정부는 규제를 쳐부숴야 할 원수이고 암 덩어리라고 규정했다"면서 "이런 내용의 규제완화 법안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면서 끝난 줄 알았는데 되살아났다"고 개탄했다. 

유 위원장은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이번 토론회가 보건의료 분야 규제완화 움직임에 경종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신영전 한양대의대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정권 아래서 이런 토론회의 좌장을 맡게 될 줄 몰랐다"는 말로 토론회의 문을 열었다. 

신 교수는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의료민영화란 판도라의 상자를 닫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말했던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정부의 규제완화는 의료분야 규제완화에 그치지 않고 은산분리 등 거대한 프로젝트의 하부 프로젝트이다. 이 영역만큼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핵심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정형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발제를 통해 정부가 최근 발표한 '혁신성장을 위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과 '바이오-메디컬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와 연구의사 양성 및 병원 혁신전략'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관련 기사: 文 정부 '의료기기 규제혁신' 대책, 박근혜 정부 규제완화 짜깁기했다>

정 실장은 "정부가 잇따라 최근 내놓은 의료기기 규제 완화, 산병협력단 및 의료기술지주회사 추진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위반이고 문재인 케어와도 모순된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 방향대로라면 앞으로 국민들은 불필요한 비용을 내고 의료진은 효과가 불분명한 신의료기술을 사용하고 병원은 혁신적 의료기기 등을 생산하기 위해 더욱 영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정책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 실장은 "정책의 정교성보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가 더 중요한데, 문재인 정부의 이번 정책은 기업을 위한 것"이라며 "보건의료 정책은 국민의 안전과 불필요한 비용지출을 막는 게 우선이고, 국내 의료기기 업체의 경쟁력은 엄밀한 평가와 비용 효과성 평가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규제완화에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최규진 인하대의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의료기기 규제완화 정책은 국내 의료기기기의 해외 진출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유럽은 체외진단용 의료기기와 의료기기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즉 가장 큰 의료기기 시장 중 하나인 유럽 시장에 의료기기를 수출하려면 유럽의 강화된 기준을 통과할 의료기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유럽의 이런 움직임에 맞춰 관련 규정을 재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발표처럼 의료기기 규제를 지금보다 더 완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며, 산업적 측면에서도 반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의 산병 협력체계 강화 정책에 대해서도 의료영리화를 촉발할 것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김진현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국장은 "산병 협력체계 강화 정책은 병원이 연구 개발한 기술과 특허를 이용해 벤처기업 설립, 기술 이전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게 골자"라며 "그런데 시장에 대한 장악력이 없는 일반 벤처기업과 달리 대형병원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병원이 자회사인 벤처기업에서 개발한 신의료기기를 이용한 의료행위를 환자들에게 시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국장은 "심지어 의학적 유효성이 없어도 '혁신·첨단기술로서 잠재적 가치를 인정'받으면 예비급여를 받고 의료현장에서 쓸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기업 매출액 상승과 의료기기 홍보에 큰 도움을 주고, 주가를 올려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고 했다. 

그는 "산병협력단은 혁신성장 정책의 혜택으로 인해 주식 상장, 주가 상승, 시세차익 확보에 더 유리하다, 산병협력단에서 투자한 기업에서 나온 수익을 연구에 재투자한다는 제한조건을 붙여도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사기꾼'이라는 과격한 주장도 나왔다. 

김진경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장은 "문재인 정부는 사기꾼이다. 문 정부가 사기꾼이라는 증거는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헬스커넥트, 첨단세포 유전자 치료센터, 로봇수술 활성화 수당 지급에 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대한민국 공공병원은 10%도 안 된다. 민간병원이 영리화로 가지 않고 비영리로 국민건강을 돌봐야 한다고 하는데, 공공기관마저 영리 목적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차이가 대체 뭐냐"

시민사회단체의 파상 공세에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신준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정책과장은 의료기기 허가 규제 정책과 관련 "식약처는 규제완화 정책뿐 아니라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의료기기에 국제표준코드를 부착해 소비자와 의료인에게 제품 및 생산정보 제공해 신속한 회수나 폐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와 함께 제조 수입 판매업체에 공급내역을 보고하도록 했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디에 문제 의료기기가 얼마만큼 공급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생한 의료기기 이물 혼입 사고와 관련해서는 해외 제조소를 조사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임숙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
임숙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

임숙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최근의 규제완화 정책이 의료영리화와 무관하다는 논리를 폈다.  

임 과장은 "산병협력단은 기존 산학협력단이 병원까지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출발한다"면서 "병원에 있는 의사들이 연구개발을 하고 병원에서 투자해서 연구결과가 나왔음에도 수익은 대학에 들어가는 문제가 있어서 병원의 연구개발 활동에 지장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반영해 산병협력단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병원의 연구개발이 활성화되는 것이지 절대 의료영리화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산학협력단은 모두 비영리병원이다.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해서 학교가 영리화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산병협력단을 설치하고 자회사 설립을 허용한다고 해서 병원이 영리화 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변했다.  

바이오메디칼 산업 육성을 위한 의사 양성 방안도 연구중심병원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라고 했다. 

임 과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가 우리나라를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측면이다. 연구 의사를 육성해서 연구중심병원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 과장의 해명은 더 큰 반발을 불렀다. 가장 강하게 반발한 이는 토론회 좌장을 맡은 신영전 교수였다. 

신 교수는 "대학을 망친 것이 산학협력단이다. 교수들에게 영리사업을 하게 해서 대학을 황폐화했다"면서 "그것을 병원에서 하겠다는 것인데, 그게 영리화가 아니고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교수는 "이렇게 되면 병원들은 환자 진료도 하고 연구도 해서 돈을 벌라고 교수들을 독촉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학에 가보라. 영리화 정책이 맞다. 복지부 주무과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김진경 지부장도 "서울대병원 상황을 언급하자면, 병원 내에 연구센터가 있고 거기서 번 돈이 병원 수입으로 잡히고 있다"고 거들었다. 

방청석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소속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방청객은 "지금 문재인 정부는 의료기기 규제완화와 함께 규제프리존법도 통과시킨다고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행태를 보면 박근혜 정부의 기시감이 든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차이가 대체 뭐냐"고 따져 물었다. 

신영전 교수는 "의료영리화 우려에 대한 복지부의 입장은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이냐 자체 답변이냐"고 추궁했다. 

임숙영 과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임 과장은 "박근혜 정부와 무엇이 다르냐고 하는데, 의료기기 규제완화 정책과 발표 현장에서 소아당뇨 환자가 문제가 됐다"면서 "물론 인간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부분의 규제완화는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환자의 치료 등에 도움이 된다면 완화해야 한다. 즉 사람을 위한 규제완화"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임 과장의 답변은 반발만 더 키웠다  

김진경 지부장은 "서울대병원에서 10년을 일한 간호사 입장에서 말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환자 보호자를 만나 퍼포먼스를 했는데, 저는 그 모습 보면서 일반 국민은 속았다고 생각했다"며 "이 문제의 본질은 규제가 아니라 의료기기 수입자가 돈이 안 되는 제품을 수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신영전 교수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의료영리화라고 규정했다. 

그는 "지금 논의하는 문제들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서 이름만 바꾼 것이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명박근혜와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면서 "의료민영화를 건드리는 정권은 어떤 정권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이 싸움은 지난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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