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기피로 전담전문의 채용 못해 인건비 지원예산 못 써..."전담전문의 확보 제도적 지원방안 마련해야"

[라포르시안] 작년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국내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운영 여건이 드러나면서 제도적으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높다.

특히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언론을 통해 중증외상 진료체계 구축을 위한 수가개선과 제도적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적극 알리면서 관련 지원예산 증액이 이뤄졌다.

그러나 권역외상센터 지원에 배정된 예산 중 계획대로 지출하지 못하고 남는 불용예산이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외상센터에서 근무할 외상환자 전담전문의를 채용하지 못해 인건비로 지원해야 할 예산이 쓰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개한 ‘2017년회계연도 결산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개 권역외상센터의 운영비(인건비)를 지원하는 내용으로 책정된 2017년 예산 338억6,400만원 중 309억 3,700만원이 집행되고 29억 2,700만원이 불용됐다.

권역외상센터 전담인력 미충원 등에 따른 불용예산이 연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권역외상센터 운영비 지원 사업의 불용액 보면 2015년에는 256억원 중 50억원이, 2016년에는 334억원 중 57억원이, 2017년에는 338억원 중 29억원이 불용됐다.

2017년 기준으로 권역외상센터별 실집행현황을 보면 운영비를 지원받은 16개 권역외상센터의 평균 실집행률은 77.8%였다. 심지어 집행률이 60% 미만인 센터가 3개소에 달하는 등 각 권역외상센터별로 집행률 편차가 컸다.

불용액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를 채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병원에는 시설비 80억원과 운영비로 전문의 충원계획에 따른 인건비로 전문의 1인당 연간 1억2,000만원(최대 23명까지 지원)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대다수 권역외상센터가 전담전문의를 인력기준에 맞게 확충하지 못해 인건비 지원예산을 집행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의 업무 특성상 전담전문의 충원 부진은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수도권보다는 지방 중소도시에 위치한 권역외상센터의 경우 전담전문의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집행부진이 발생하였다는
입장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권역외상센터는 24시간 365일 중증외상환자 진료가 가능하도록 상시 운영돼야 하므로 그 특성상 외상환자 전담전문의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권역외상센터의 전담전문의 확보는 권역외상센터가 24시간 365일 중증외상환자진료가 가능하게 하는 전제조건에 해당한다"며 "복지부는 인력부족으로 인한 연례적 불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담전문의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등을 마련하고 집행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부터 권역외상센터의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인건비 지원예산을 확대했다.

작년까지 권역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전문의 1인당 연간 1억2,0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했는데 올해부터는 1억4,400만원으로 인상했다.

특히 권역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에 대해서도 인건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권역외상센터는 간호사 1명이 중증외상환자 1명을 돌보는 게 정상인데 현재 운영되는 외상센터에서는 간호사 1명이 3~4명의 환자를 돌볼 정도로 인력부족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병원이 인건비 부담으로 간호인력을 필요한 수만큼 채용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복지부는 올해부터 권역외상센터에 근무하는 간호사 1인당 연간 24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권역외상센터 관련 수가 개선과 인건비 지원 확대는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의료인력 확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외과계열의 수술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가 낮은 반면 의료사고 위험은 높은 편이다. 전공의 수련 과정도 다른 진료과에 비해서 힘든 데다 어렵게 전문의 자격을 따더라도 이후 갈 곳이 마땅치 않다보니 젊은 의사들의 외과 기피가 심각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외과 기피가 심한 상황에서 권역외상센터는 그 운영 특성상 근무여건이 훨씬 더 열악하다보니 좀처럼 인력충원이 힘들다. 심지어 작년 말 실시된 전국 수련병원의 2018년도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 등의 전공의 모집에서 이국종 교수가 있는 아주대병원 외과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권역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외과 교수는 "정부 지원금과 지자체 예산, 병원 돈 300억원을 들여 권역외상센터를 지었는데 어떻게 운영할지 막막하다"면서 "의료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인력이 문제다. 한 명 모시면 한 명 나가는 식이다. 지금은 사명감이라도 갖고 온다지만 10년 후에는 더 문제다. 미래가 안 보인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