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서 잇따라 병원장과 현안 논의 자리 마련..."의협에 자제 요구할 것"

[라포르시안] 의료계 양대 단체인 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영역침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의협이 주요 현안과 관련해 잇따라 병원장들과의 모임을 열면서 병협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의협은 지난 14일 전국 42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와 공동으로 ‘응급실 의료인 폭력 사태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연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20여개 중소병원장을 불러 회의를 열고 중소병원의 현안 논의 기구로 '(가칭)지역병원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현안 논의를 위한 회의였지만, 앞으로 의협이 전개할 대정부 투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차원으로도 보인다. 

문제는 의협이 이 과정에서 병협 측에 사전 협조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열린 응급실 폭행 근절 대책 회의와 관련해서는 병협이 의협에 강하게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열린 중소병원장과의 감담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지난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중소병원장들과의 만남은 사전에 병협과 논의한 사안이다. 다만 병협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지역병원협의회' 구성과 관련해 "200~300병상 이상 병원은 병협 안에서 의견을 내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중소병원협의회의 경우도 병원장 모임이지만 의사들의 입장과 더 가깝고 병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며 "의협에서 이들을 대변할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소병원협회 쪽은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영호 중병협 회장은 "중소병원과 현안을 논의하겠다고 의협에서 우리 쪽에 요청한 일이 없다"면서 "지금 중병협 차원에서 현안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와중인데 최대집 회장이 판을 흔들고 있다.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 참석자들이 문재인 케어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를 채택한 데 대해서도 중병협의 견해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정 회장은 "의협의 대정부 건의문을 보면 마치 중소병원들이 의협과 함께 문재인 케어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처럼 돼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면서 "이번 의협의 지역병원협의체 구성 예고가 중병협이 함께하는 것처럼 왜곡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와 관련 임영진 병협 회장과 정영호 중병협 회장, 김영모 상급종합병원협의회 회장은 지난 16일 저녁 만남을 갖고 의협 측에 우려의 입장을 표시하기로 했다. 

정영호 중병협 회장은 "최대집 의협 회장을 만나 의견을 전하고, 별도로 의협에 자제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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