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환자·보호자 개인정보 수집 의혹도 나와
도청 "입원환자 중 공무원 가족에게 전원 권고한걸 확대 해석한 것"

▲ 지난 26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반대하는 진주시민대책위가 경남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출처 : 전국보건의료노조 홈페이지>

경남도가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진주의료원 강제폐업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입원환자에게 퇴원․전원을 종용하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앞서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6일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환자 강제퇴원 조치와 관련해 생명권과 인권침해로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신청을 접수한 바 있다.

보건노조는 “폐업결정 이후 진주의료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자 강제퇴원 종용을 비롯한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확인했고 구체적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보건노조에 따르면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계 공무원을 동원해 환자와 가족에게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퇴원을 종용하고 약품 공급과 의료재료 공급 중단을 요청하는 한편 내과과장을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했다.

본지가 진주의료원 노조와 현재 근무 중인 의료진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경남도 관계 공무원의 진주의료원 입원환자에 대한 종용과 협박에 못 이겨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퇴원·전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진주의료원 의료진에 따르면 경남도는 호스피스병동 입원환자에게 늦어도 오는 4월 10일까지 퇴원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진주의료원에 근무하고 있는 한 간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느 환자에게는 도청 담당 사무관과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보건소장이 직접 찾아와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말하면 적극 도와주겠다’고 했다”며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경우 진료비 차액을 보상해주겠다고 종용했다”고 증언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종용을 넘어 협박까지 일삼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간호사는 “의료급여대상 환자 보호자의 휴대전화로 거주 지역 면사무소에서 전화를 걸어 퇴원과 전원을 종용하고 환자가 이에 응하지 않자 차후 의료급여 대상자에서 제외시키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보호자의 증언이 있다”며 “며칠 전 퇴원한 산업재해 장기입원 환자 보호자에게는 근로복지공단이라고 전화가 와서 다른 병원으로 가지 않으면 산재 등급 조정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남도가 환자와 보호자의 신원조회를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퇴원․전원을 종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다른 간호사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환자 보호자에게 도청 공무원이 전화해서 레스토랑으로 전화하면 좀 받으라고 했다”며 “환자 보호자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다 알고 전화하는 것을 보면 신원조회를 이미 했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경남도가 근무 중인 의사에게도 퇴사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노조에 따르면 지난 21일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직무대행 이름으로 의료원 폐쇄를 위해 공보의를 제외한 의사 11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진주의료원노조 박석용 지부장은 “현재 내과의사는 모두 퇴사한 상태”라며 “경남도가 27일자로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전원에게 3월 중으로 퇴사하면 4월달은 근무를 하지 않아도 급여를 보장해주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박 지부장은 “대신 담당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전원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걸고 있다”며 “지금 퇴사하면 퇴직금이 지급되는데 폐쇄되고 나면 퇴직금을 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회유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진주의료원을 그만둔 한 의사는 기자의 질문에 "그와 관련해서는 할 말도 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환자 강제퇴원 조치와 관련해 보건의료노조 조영호 수석부위원장 등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신청서를 제출했다.<사진 출처 : 보건의료노조>

경남도 "노조에서 억지 주장" 일축…폐업 방침 밀어붙일 듯 반면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노조와 보건노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경남도청 복지노인정책과 윤환길 주무관은 “진주의료원 노조가 폐업 조치가 내려진 이후 의료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 5명의 병원 출입을 막고 있다”며 “출입조차 못하는 실정에 어떻게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퇴원과 전원을 종용하겠냐”며 반문했다.

윤 주문관은 “진주의료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 중 도청 공무원 가족이 있어 그들에게 의료원이 곧 폐업할 예정이니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이야기는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조의 주장을 이를 확대 해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남도청은 관계 공무원의 병원 출입을 제지한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 및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한편 경남도는 보건복지부가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것을 주문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폐업을 강행할 태세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0일자로 경남도에 공문을 보내 “의료원, 직원, 도민의 의견을 모아 진주의료원 정상화방안을 논의할 것”을 주문하며 “어떠한 경우라도 입원환자에 대한 진료공백이 발생하거나 환자 안전문제와 권익침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 윤 주무관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해당 공문을 검토했지만 공문의 내용은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 경남도의 입장은 전혀 수렴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며 “남아있는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복지부가 공문을 보냈다고 해서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에 변화가 있진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