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경희대병원 박창범 교수 "조직내 위계관계 등 구조적 문제...가해자 중징계 필요"

박창범 교수.
박창범 교수.

[라포르시안] 한 대학병원 교수가 의료계 내부의 성희롱 실태를 조사하고 그에 따른 예방책을 제안하는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은 경희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박창범 교수(순환기내과학교실)가 ‘대학병원에서 교수에 의한 전공의 성희롱’을 통해 전공의 성희롱 문제의 원인을 검토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3일 밝혔다. 이 논문은 지난 4월 발간된 한국의료윤리학회지 제54호에 게재됐다.

박 교수는 이 논문에서 교수는 진료하는 전문의임과 동시에 전공의를 가르치는 교육자이고, 전공의도 피교육자임과 동시에 환자를 보살피는 근로자의 이중적 신분이다보니 교수에 의해 발생하는 성희롱은 일반적인 직장 내 성희롱 및 대학 내 성희롱의 특성을 모두 포괄하는 복합적 양상을 띠게 된다고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대학병원에서 교수에 의한 전공의 성희롱은 직장 내 성희롱처럼 인권문제와 노동문제이면서 동시에 수련권과 대학의 신뢰를 훼손하는 교육문제를 발생시킨다.

또한 일반적인 대학교수에 의한 성희롱과 달리 근무시간이나 회식 중에 발생하고, 대학병원 교수가 전공의를 성희롱을 해도 그 교수에 대해 전근이나 업무재배치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당연퇴직에 해당하는 형이나 징계가 확정되지 않으면 피해자와 완전 분리가 불가능하다.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 인사권 및 교육수련 관리를 직접 담당하기 때문에 병원 내 조직에서 권력과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런 특성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성희롱 발생 건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2015년 전공의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공의의 33%가 성희롱 피해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에서 2015년 7,844명 공공기관 및 민간사업체의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근로자의 9.6%가 성희롱 경험을 한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대학병원 전공의 성희롱은 가해자 중 환자는 14.4%였고, 교수와 상급전공의가 각각 8.1%, 6.5%였다.

박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근본원인은 결국은 전공의와 교수 사이의 권력 및 권위주의적 문화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교수의 권위주의와 전공의-임상강사-교수로 이어지는 위계적 질서 및 반말문화, 회식 및 접대문화, 교수들 사이의 패거리주의, 수련기관을 옮기거나 그만 두기가 힘든 전공의 수련의 구조적 문제점 등으로 인해 성희롱 사건이 지속해서 발생한다고 봤다.

전공의 성희롱 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교수와 전공의 사이에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를 중징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논문에서 "교수들의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교수와 전공의 사이에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문화 확립이 필요하다"며 "또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 경고, 견책, 감봉, 3개월 이하 정직과 같은 경징계보다는 1년 이상의 정직, 해임이나 파면 같은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와 같은 반강제적인 회식문화 개선과 전공의의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교수들이 패거리문화 청산, 전공의의 타병원 수련이동을 현재보다 쉽게 개선, 정부나 국회 차원의 성희롱 예방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성희롱은 단순히 피해자 불운이나 가해자의 이상행동의 결과가 아니고,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성별 간 권력관계, 조직 내 다양한 위계관계 등 구조적 문제"라며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개인, 병원, 정부가 문제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대학병원 경영진은 이러한 성희롱 문제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하고 현재의 폐습적인 병원문화를 개선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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