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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진료 중 판단과실에 모두 형사법 잣대 댈 수 있나전이성 뇌종양 진단 소홀로 형사처벌 받은 대학병원 교수...의료계, 탄원서 서명운동 나서

[라포르시안] 지난 1996년 국내 최초의 폐이식 수술팀을 이끌었던 원로 교수가 전이성 뇌종양 진단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자 의료계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 서명이 줄을 잇고 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B대학병원 흉부외과 A교수는 지난 2013년 9월 폐암 환자의 전이성 뇌종양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우측 편마비가 왔다며 환자 측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5,836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환자 측이 이를 근거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형사소송을 냈고, A교수는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아 현재 상고심에 계류 중이다.

A교수는 당시 환자를 진료하면서 뇌 MRI상 14mm의 병변이 있었으나 머리 결절이 너무 작고 머리를 열고 조직 검사를 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환자한테서 구체적 증상이 없어 즉각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당시 A교수가 환자를 치료하지 않아 우측 편마비 후유증이 남았다는 검사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이 사건과 관련 최근 경기도의사회 주도로 A교수에 대한 '탄원서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이달 27일 현재까지 탄원서에 서명한 의사는 5,431명에 달한다.

탄원 운동을 시작한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폐암 치료 후 전과자로 전락한 A교수의 안타까운 사정이 알려진 이후 많은 동료 의사들이 탄원서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각 시도의사회, 대한개원의협의회, 흉부외과학회 등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애초 목표했던 탄원서 1만장을 충분히 채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의사들의 모든 진료 행위를 잠재적 범죄로 취급하는 왜곡된 현실이 반드시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A교수가 소속된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사장 오태윤)와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회장 김승진)도 탄원 운동에 팔을 걷어부쳤다. 

학회와 의사회는 "A교수가 전이성 뇌종양 진단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의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의사는 최선을 다해 진료하지만, 인간이기에 직업 수행 과정에서 능력과 판단에 한계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형사 범죄로 다루면 안 된다는 견해를 밝히며, 이러한 전문가들의 판단을 법원이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한 "한평생 폐암 환자를 위해 살아온 A교수의 진료 과정에서의 판단을 중범죄로 다룬 이번 사건은 재고되어야 한다"며 "법원이 의료행위 중 범죄 행위와 민사적 과실이 구분되는 좋은 기준안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교통사고 특례법처럼 '의료사고특례법'을 제정해 고의나 고의에 준하는 중과실이 아니면 의사의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강조했다.

한편 A교수는 1996년 국내 최초로 폐 이식술에 성공했고,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폐를 이식하는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시행한 바 있다.

또 국내 처음으로 심장과 폐 동시 이식 수술에 성공했고, 지난 2006년에는 고령 폐섬유증환자의 양측 폐이식 수술에 성공해 의료계의 주목을 받았다.

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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