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별 노조와 별도로 보건의료노조지부 설립돼...열악한 노동 현실 불만 표출돼

[라포르시안] 가천대 길병원에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노조를 상급단체로 둔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길병원의 기존 기업별 노조와 별도로 새로운 산별노조가 생긴 것이다.

21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지난 20일 길병원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에서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설립총회가 열렸다.

이날 설립총회에는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원종인 보건의료노조 인부천지역본부장, 이인화 민주노총 인천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합원 투표를 통해 강수진 가천대길병원지부 초대 지부장과 안병훈 수석부지부장, 정영민 사무장 등이 선출됐다.

현재 길병원에는 조합원 수가 600여명에 이르는 기업별 노조가 설립돼 있다. 그러나 길병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각종 갑질이 성행하고 있지만 기업노조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질 않아 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병원 직원들은 지난 4월 말부터 '길병원 직원모임'이라는 오픈 카카오톡을 만들고 자신들이 겪은 갑질 사례를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병원 내 기업별 노조에도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대응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직선을 통한 위원장 선출을 바라는 직원들의 기대와 달리 기업별 노조가 8명의 대의원을 통한 간선제로 위원장을 선출하면서 병원내 직원들의 불만이 더 커졌고, 결국 새로운 산별노조 결성으로 이어졌다.

강수진 초대 지부장은 “가천대길병원은 온갖 직장 갑질에 공짜노동, 그리고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다. 게다가 부패사건도 세상에 많이 알려졌지만 어떠한 개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며 "새롭게 만들어진 노동조합은 전체 직원의 뜻을 모아 갑질을 청산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병원, 부정부패가 없는 병원, 희망을 만드는 병원을 만들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노조가 설립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가천대길병원 직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며 조합원 가입이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에 새로운 산별노조가 등장한 배경에는 각종 직장갑질과 부패, 열악한 노동 현실이 누적돼 있다는 게 보건의료노조의 주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가천대길병원 직원들은 회장 생일에 맞추어 부서별로 축하 동영상을 찍고, 사택 관리와 사택 내 행사에 동원된다는 증언이 있다"며 "또한 전체 직원을 역량강화교육을 한다며 회장 기념관 견학까지 강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회장 집무실과 별도로 VVIP 병실을 전용 사용하며 물리치료, 피부관리, 영양사 등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짜노동'을 강요하는 등 근로기준법 위반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보건의료노조가 길병원 직원들을 통해 확보한 증언에 따르면 출근 시간은 기록하는데 퇴근 시간은 기록할 수 없는 출퇴근 관리 관행을 통해 시간외근로를 입증되지 않게 함으로써 공짜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5월부터 차세대 전산시스템 정착을 위해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 휴일 근무를 계속하고 있지만 시간외근로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다른 병원과 마찬가지로 길병원 역시 만성적인 인력부족 상태이며, 이로 인해 직원들은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갖가지 공짜노동이 횡행하고 있는 가운데 길병원 현장은 인력 부족으로 노동 강도가 높다. 이 때문에 모든 부서에서 인력 부족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며 "모성보호도 열악해 육아기 단축 근로는 그림의 떡이며 교대 근무자의 경우 노동조합이 있는 병원은 임신 12주 내 36주 이후 임신부 근로시간 단축을 인수인계를 감안해 적치사용하고 있지만 가천대길병원은 언감생심"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둔 산별노조가 생기면서 다시 예전처럼 길병원 사측이 노조탄압을 자행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냈다.

앞서 지난 1999년에 길병원에 노동조합이 설립되자 사측이 유령노조를 앞세워 노조설립을 막고, 조합원들에게 탈퇴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노조를 탄압한 바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길병원의 경우 십 수 년 전 민주노조를 탄압해 끝내 좌초시킨 전례가 있다. 부당노동행위가 예상되는 대목"이라며 "만약 가천대길병원에서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한다면 고용노동부가 즉각 개입해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많은 갑질을 들어왔지만 가천대길병원에서의 갑질은 그 정도가 도를 넘는다"며 "새 노조는 이 같은 갑질을 말끔히 걷어내고 공짜노동과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만드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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