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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온열질환 외에도 질병 악화·사망률 크게 높여...사회적 취약층에 건강피해 집중

[라포르시안] 기상청이 지난 16일 서울에 첫 폭염경보를 내렸다. 6~9월 사이 일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를 발표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38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등 건강피해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폭염에 따른 건강피해 분석은 온열질환 감시체계에만 집중되고 호흡기나 심뇌혈관계 질환 등의 악화로 인한 초과사망자 발생 등의 건강피해는 통계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 현황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적극적인 폭염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온열질환감시체계를 가동한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16일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633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 사망자만 벌써 6명이다.

온열질환자 발생은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된 지난 8일부터 16일 사이에 집중됐다. 이 기간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만 412명이고, 4명이 사망했다.

온열질환감시체계에 잡히는 건강피해는 의료기관의 응급실을 방문한 내원자 중 열사병, 열탈진 등의 온열질환자로 진단된 모든 환자수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작성한다.

문제는 열사병 등의 온열질환자 발생만 집계하기 때문에 폭염으로 인한 감염성질환·심혈관계질환·알레르기질환 등의 발병과 악화 같은 더 큰 건강피해를 파악하지 못함으로써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질병관리본부의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실제 환자 수 집계와 큰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온열질환 외에 간접적 건강피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아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데에 매우 부족하다"며 "폭염 등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건강피해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통계의 부실함은 더 큰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폭염은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은일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2005∼2010년 기후변화와 급성심근경색 환자 2만8,5778명의 응급실 내원 양상을 분석한 결과,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응급실을 찾는 심근경색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상승에 따라 응급실을 찾는 심근경생 환자는 여자보다 남자가, 지역적으로는 남부지역에서 뚜렷한 증가 양상을 보였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중심체온이 상승함에 따라 탈수에 의해 심장과 기타 장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심혈관질환이 있을 때 탈수로 인한 혈액농축은 심혈관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 발생도 심각한 수준이다.

기상청 김지영 연구관이 지난 2009년 'CLIMATE RESEARCH' 저널에 게재한 '1991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이란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1994년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3,38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감염병의 발병 위험도 커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기후변화에 따른 전염병 감시체계 개선 방안'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온도변화에 따른 전염병 발생 영향을 예측한 결과, 섭씨 1도 상승 시 쯔쯔가무시는 6.0%, 말라리아는 3.4%에 가까운 발생률 증가를 보였다.

인천의료원은 폭염으로 인한 의료취약계층의 건강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쪽방촌 등을 찾아 방문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인천의료원

노인은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최근 들어 인구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고혈압이나 당뇨, 심뇌혈관질환 등의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라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는 지난 2014년 발간한 '폭염으로 인한 건강위험의 진단 및 대응 가이드라인'을 통해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호흡기계 질환이나 심장질환,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위에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가 경제적인 부담으로 난방시설을 가동하기 힘든 '에너지 빈곤층'에게 집중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 보건의료 전문가는 "폭염으로 온열질환도 냉방장치를 가동하기 힘든 에너비 빈곤층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가난한 노인들이 폭염으로 인한 질병이환 및 건강악화를 훨씬 더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 점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고,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부 차원에서 폭염 등 기후변화로 인한 보다 포괄적인 건강영향 감시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폭염특보 메시지를 보내고 무더위 쉼터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폭염 취약층 개인별로, 취약층이 거주하는 지역별로 세세한 지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기후변화 취약계층 지원·관리 체계화' 연구를 통해 "개인적 지원 사업으로는 폭염 취약계층 관련 보험료 지원, 주거시설 개선 지원, 일자리 지원 등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지역적 지원 사업으로 폭염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에 대한 집중 대피소 및 피난장소 건설 및 정비,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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