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오승원 교수 연구팀, 3만7천여명 복부CT 데이터 분석

[라포르시안] 만성적인 대사 장애로 내당능장애,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혈증, 비만 등의 여러 가지 질환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의 발생 위험을 예측할 때 측정하기 쉬운 허리둘레 수치나 체질량지수(BMI)를 많이 활용한다.

그러나 한국인 중에는 체질량지수는 정상 범위이지만 체지방률은 높은 '마른 비만'도 적지 않다. 반대로 근육량이 많은 운동선수 등은 지방량이 적음에도 체질량지수는 높게 측정될 수 있다. 허리둘레 측정은 인종이나 성별 등에 따라 기준치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비만 정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비만도를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할 경우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만성질환에 대한 예방 프로그램을 적절한 시기에 제공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만성질환에 이환되더라도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대사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중요한 위험인자인 비만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한국인한테 적용할 수 있는 대사질환 위험도가 높아지는 복부 내장지방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오승원 교수팀은 2007~2015년 사이 강남센터에서 복부 CT 검사를 한 성인 3만6,783명(남자 2만3,728 명, 여자 1만5,432명)의 내장지방 단면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장지방이 남성은 134.6㎠, 여성은  91.1㎠를 넘으면 각종 대사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17일 밝혔다.

오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고혈압, 고혈당, 고중성지방혈증, 저고밀도콜레스테롤(HDL)혈증 등 네 가지 대사 질환 중 두 가지 항목 이상의 위험이 커지는 내장지방 기준치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대사질환 위험도가 높아지는 한국인 내장지방 기준치는 남성 134.6㎠, 여성 91.1㎠였다. 허리둘레 수치로 보면 남자 88㎝, 여자 81㎝가 적정 기준치였다.

내장비만 환자의 복부 CT: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내장지방. 이미지 제공: 서울대병원
내장비만 환자의 복부 CT: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내장지방. 이미지 제공: 서울대병원

내장지방은 비만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아시아인에 통용되는 내장지방 면적 기준치는 없었다. 허리둘레 기준치는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남성 90cm, 여성 80~85cm 정도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처음으로 대규모 한국인 데이터를 활용해 대사질환 위험도가 높아지는 내장지방 기준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 교수는 “기존에 흔히 쓰이던 기준은 남성 100㎠, 여성 70㎠였으나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기준이 지나치게 낮았던 것을 알 수 있다”며 "일본에서도 과거 내장지방 수치 100㎠를 대사질환 위험 기준으로 사용했으나 2008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서 이번 연구와 유사한 남성 132.6㎠, 여성 91.5㎠가 적절한 기준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대한가정의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Korean Journal of Family Medicine’ 2018년 7월호에 'Cut-Off Values for Visceral Fat Area Identifying Korean Adults at Risk for Metabolic Syndrome'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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