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이달말 지자체 대상 공모 결과 발표...대전·경남 등 2곳서 지원
장애아동 가족들 "복지부 계획대론 부족한 소아재활치료 공급 해소 힘들어"

[라포르시안] 뇌성마비나 정신 지체, 근육 질환 등으로 인해 발달장애를 겪는 아이들은 조기에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으면 손상된 신체기능을 회복하거나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재활치료가 늦어질수록 신체기능은 더 퇴화하고,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재활치료가 필요한 중증장애 어린이는 전국적으로 6만명을 넘는다. 그런데 장애 어린이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은 크게 부족하다.

어린이재활병원을 운영하기 힘든 의료환경 때문에 그나마 남아 있던 병원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장애아동의 재활치료를 위해서는 성인환자보다 더 많은 시간과 인력, 공간을 필요로 하지만 관련 의료수가는 크게 낮기 때문이다. 소아 재활치료가 가능한 물리치료사 인력도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활치료가 필요한 장애아동이 운동센터를 가장한 불법 재활시설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인력과 시설과 갖추지 못한 불법 재활시설을 이용하다가 치료는커녕 골절이나 감염 등의 건강피해를 입기도 한다.

한 재활의학과 의사는 "불법 재활시설을 보건당국에 신고하고 싶어도 그마저 문을 닫아버리면 장애 아동이 치료받을 기회가 더 줄어들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도 못하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결국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장애어린이와 보호자는 병원을 찾아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돌아다니는 '재활 의료난민'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게 정부에서 어린이재활치료병원 확충에 관심을 갖고 나섰다는 점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전국 5개 권역별로 어린이재활병원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작년 5월 발표한 국정과제에 장애인의 건강관리 강화를 위한 권역별 어린이 재활병원 확충을 포함시켰다. 올해 3월 정부 합동으로 마련한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도 어린이 재활의료 체계 구축 방안을 담았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부족한 중증장애아동의 집중재활치료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부터 권역별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및 운영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단순히 병원을 건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수학교 건립을 연계해 장애아동이 치료와 교육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보건복지부는 어린이 재활치료 수요가 많은 경남권, 전남권, 충남권 3개 권역 내 8개 시·도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1개 시·도를 선정하고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에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선정 공모를 냈다.

선정된 지자체는 오는 2020년까지 3년간 지역의 수요에 따라 50병상 이상(낮병동 포함) 병원을 설립해 고위험아동에게 집중재활치료 및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사업에 선정된 시·도는 총 78억원의 건립비(건축비, 장비비 등)와 지방비 77억원 이상을 더해 2020년까지 50병상 이상(낮병동 포함) 재활병원을 설립해애 한다.

복지부는 오는 2022년까지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50병상 이상 어린이재활병원 3개소, 외래와 낮병동 중심의 어린이재활의료센터 6개소 등 총 9개소 의료기관 건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가에서 어린이재활치료를 책임진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에 비하면 복지부의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지원 계획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7월 9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관련 청원을 하며 1004배를 하는 건우아빠. 사진 출처: 토닥토닥 대전어린이재활병원 페이스북 페이지.
7월 9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관련 청원을 하며 1004배를 하는 건우아빠. 사진 출처: 토닥토닥 대전어린이재활병원 페이스북 페이지.

대전에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추구하는 비영리단체 토닥토닥은 복지부의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방안이 중증장애아동에게 집중 재활치료 서스를 제공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라 민간병원의 외래진료 모델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토닥토닥은 "복지부는 3개 권역에는 50병상 이상 어린이재활병원 3개소, 타 권역에는 외래 중심의 어린이재활의료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역에서 조기 진단 및 개입, 중증장애아동의 집중재활치료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장애아동가족이 타 지역으로 떠노는 재활난민이 된 것은 결정적으로 입원병상 등 집중재활치료시설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복지부 계획처럼 50병상 규모의 어린이재활병원으로는 장애아동의 재활치료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고, 설립 이후 정부에서 운영비 지원없이 위탁운영을 하면 공공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중중장애아동을 두고 있는 건우아빠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을 통해 "전국 9개 모든 권역에 재활의료센터 건립이나 기존병원의 지정이 아닌 집중재활서비스 제공하고 응급시스템을 갖춘 병원을 건립해 달라"며 "실제 수요를 무시한 병원 규모로는 부족한 소아재활치료 공급을 해소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복지부 측은 재활치료를 하는 의료현장 관계자와 장애아동 가족을 대상으로 현장의견을 수렴했을 때 100병상 이상을 갖춘 재활병원보다는 각 지역에 외래진료 방식으로 재활치료가 가능한 낮병상을 갖추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소아재활의학회를 통해 '어린이 재활의료 확충방안 연구'를 통해 권역별 미충족 의료수요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 3개소를 건립하고 환자수와 기존 전문 기관 수가 모두 적고 지리적으로 지역내 이동이 어려운 경우에는 외래 중심의 치료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는 "그동안 입원병상이 필요했던 것은 전국적으로 장애아동에게 통합적인 재활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에 타지역에서 올 경우 입원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전국 각 지역에서 장애아동에게 적정할 재활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재활의료센터가 설치돼 접근성이 향상되면 굳이 입원치료가 아닌 외래진료 방식으로도 적절한 재활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가 지난 6월부터 이달 16일까지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사업 공모를 실시한 결과 대전과 경남 등 2개 지자체에서 지원을 했다.

그동안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대전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는 "다음 주에 선정심사위원회 회의를 거쳐 이달 말에 최종 공모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재활병원 1곳과 재활의료센터 1곳을 선정할 계획인데, 예산 확보 상황을 봐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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