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산신약 '선플라주' 이후 20년 걸려...일부는 시장서 퇴출되거나 생산실적 전무

[라포르시안] CJ헬스케어가 자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았다. 약가 협상 절차를 거치면 내년 2월 쯤 국내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다.

케이캡은 P-CAB 계열약물로는 세계 최초로 위산분비억제제들의 주 적응증인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과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해 모두 허가 받은 신약이다.

CJ헬스케어는 지난 2003년 농구균 예방백신 ‘슈도박신’를 개발해 7번째 국산신약으로 허가를 받았으나 상용화에 실패하면서 2010년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사실상 케이캡이 CJ헬스케어의 첫 신약이 셈이다.

이로써 1999년 첫 국산신약인 항암제 ‘선플라주(SK케미칼)’ 출시 이후 20여년 만에 서른 번째 토종신약이 탄생하게 됐다.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영세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한 결과 지금까지 국산신약 개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국산신약으로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품목은 모두 5개이다.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LG화학)’,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보령제약)’,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동아ST)’, 역류성식도염치료제 ‘놀텍(일양약품)’, 당뇨병치료제 ‘듀비에(종근당)’ 등이다.

여기에 당뇨병치료제 ‘슈가논(동아ST)’이 국산신약으로는 6번째 100억 매출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슈가논은 지난해 서방정 포함해 72억원을 기록했다.

제미글로와 슈가논은 DPP-4(Dipeptidyl Peptidase-4) 저해 기전의 같은 약물이라는 특징이다.

특히 제미글로는 지난해 매출 738억원을 기록해 국산신약 처음으로 ‘연매출 1천억 기록’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신약이 지배하는 국내 시장에서 국산신약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자료 제공= 식품의약품의약처
자료 제공= 식품의약품의약처

그러나 국산신약 ‘흑역사’도 존재한다. 국산신약으로 허가 받아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리진 제품도 적지 않다. 

식약처 국내개발 신약 및 생산실적 자료(2017년 기준)에 따르면 항악성종양제 ‘선플라주’, 방사성의약품 ‘밀리칸주’ 등 2개 신약은 2015~2016년 생산금액이 ‘0’원이었다.

2016년 한 해 동안 생산금액이 0원인 제품은 선플라주, 밀리칸주를 비롯해 제피드정, 리아백스 등 4개 품목에 달했다.

제약업계가 오랜 연구개발 끝에 모두 30개의 신약을 개발하는 성과를 냈지만 아직까지는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산신약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며 "처방권을 지닌 의료진이 국산신약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쉽사리 약 처방을 바꾸지 않는 보수적 처방관행이 더해지면서 국산신약의 시장진입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이 장악하고 있는 '레드오션'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력을 갖지 못했고, 제한적인 적응증 때문에 처방에 한계가 따른다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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