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직 등 적용 힘들어...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추진

[라포르시안] 국회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다. 이를 어길 경우 사용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다만 시행에 따른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시행 후 6개월 간 단속, 처벌을 유예하기로 했다.

제약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300인 이상 사업장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제약사 73곳이 이번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된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해 걱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주52시간 근무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온다. 제약산업 특성상 ▲연구개발(R&D) ▲영업 ▲의약품 생산직 등 분야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이 힘들다는 것이다.

의약품 연구개발은 특정 시기에 집중근무가 불가피하고, 미세한 수치까지 체크해야 되는 경우가 다반사로 중간에 다른 연구원과 교대하는 것이 어려워 근무시간 제한이라는 법 적용을 일괄적용하기에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또한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 쉽지 않고, 신약개발 정보유출 관리를 위해서도 대체인력을 갖추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영업은 제품 출시에 따른 의료진 대상으로 토요일과 일요일 등 주말에 집중적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기 때문에 근무시간 외의 근로시간 관리는 사실상 힘들다. 여기에 영업은 병원과 의원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이동시간이 길고, 의사들이 진료를 마치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디테일하게 영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의약품 생산부분도 위수탁 생산이 있으면 납기일을 맞춰 근무 시간 외 특근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이 힘들다는 게 제약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과 관련해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30%가 연구, 영업, 생산 등 업무특성상 근무시간 관리가 힘들다고 응답했다.

제약업계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할 카드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얘기하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일정 기간에 한해 특정 주 노동시간을 늘리고 다른 주 노동시간을 줄여,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기준에 맞추는 제도다.

현재는 3개월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맞추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업계는 이 기간을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업계의 대한 카드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고용노동부에 공식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고,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영세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한 결과, 지금까지 29개의 국산신약을 탄생시켰다"며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이러한 신약연구개발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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