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요양병원·요양시설 안전감찰 결과...지자체 부실한 인·허가와 소방점검도 한몫

[라포르시안] 요양병원은 자고나면 새로 생겨날 정도라는 말이 생길만큼 최근 수년간 그 수가 빠르게 늘었다. 인구 고령화로 치매 등 만성질환 노인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 수는 2011년 988개에서 2017년 1월 기준으로 1,529개로 늘었다.

요양병원은 특성상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입원환자가 많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장성 요양병원 화재참사로 21명의 사망자를 냈다. 올해 1월에는 경남 밀양의 세종병원 화재로 46명의 사망자를 냈다. 세종병원 건물과 세종요양병원 건물이 붙어 있어서 자칫 더 큰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장성 요양병원 화재참사를 계기를 요양병원의 화재안전시설 기준이 강화됐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요양병원 인허가 과정에서 담당공무원의 부실한 업무처리도 적지 않았다.

28일 행정안전부가 소방청, 소방안전협회 등의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지난 1월부터 6월 초까지 요양병원 57개, 요양시설 70개를 대상으로 안전감찰을 실시한 결과, 총 209건의 건축 및 소방분야 안전관리 위법사항이 적발됐다.

이번 안전감찰은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를 계기로 안전에 취약한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요양병원·요양시설에 대한 인허가, 유지관리, 안전점검 등 안전관리실태 전반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실시했다.

상당수 요양병원이 대피시설이 부족하고 화재안전에 취약한 복합건물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요양병원·요양시설 총 4,652개소 가운데 1,701개소(36.6%)가 단독건물에 비해 화재안전에 취약한 복합건물에 설치돼 있으며, 3,669개소(78.9%)는 화재시 피난하기 어려운 3층 이상에 위치하고 있었다.

요양병원·요양시설 안전감찰을 통해 지자체 공무원의 인허가 처리 부실, 피난 및 방화시설 임의 훼손, 관계자의 형식적 안전점검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우선 건축법, 의료법 등의 인·허가 부실 처리가 적지 않았다.

현행법상 지하층 면적이 1,000㎡이상인 요양병원은 제연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지하층 식당면적을 고의적으로 제외해 제연설비를 설치(설치비 1억원)하지 않고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거나, 요양병원은 유흥주점 등 위락시설과 동일한 건물에 설치할 수 없는데도 지자체에서 부당하게 허가 처리를 해주는 등 다수의 인·허가 부실이 적발됐다.

요양병원 옥상에 주택을 무단 증축해 화재 시 소방구조에 장애를 초래하는 등의 불법 건축물도 29곳에서 확인됐다.

요양병원·요양시설은 층별 대피시설, 배연창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안전시설이 누락됐는데도 건축허가를 받은 사례도 드러났다. 또 층별 대피공간을 설치하지 않거나 이 공간을 샤워실이나 휴게실, 창고 등으로 사용하는 곳도 있었다.

요양병원 펌프설비 고장으로 화재 발생시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분사되지 않는데도 방치한 사례도 확인됐다.

소방안전관리자와 소방시설업체 등의 형식적인 점검도 요양병원의 화재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안전감찰 결과를 보면 소방안전관리자 및 소방점검업체가 요양병원 등 소방시설 점검에서 자동화재속보설비가 작동되지 않는데도 확인하지 않거나 자동화재속보설비 전원이 꺼져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건물주에게 구두로만 설명하는 등 총 13건의 형식적 점검이 적발됐다.

요양병원 자동화재속보설비가 예비전원 충전 상태 불량으로 전원차단 시 작동되지 않는데도 각종 점검시 이런 사항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고 대책으로 모든 요양병원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 된 이후 올해 6월 30일까지 3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그런데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은 요양병원이 273개소에 달했다.

노약자의 피난경로 및 방법 등 피난계획이 수립되지 않거나 단순한 피난계단을 통해서만 대피한다는 식으로 소방계획서를 형식적으로 작성한 사항도 지적됐다.

행안부는 이번 안전감찰에서 적발된 무단증축 등 불법 요양병원·요양시설 관계자 총 48명은 형사고발하고 부실하게 설계 한 건축사 13명은 징계 등 행정처분, 인·허가 처리를 소홀히 한 지자체 공무원 16명도 문책하도록 해당 지자체에 처분을 요구했다.

행안부는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국민안전에 위해가 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요양병원은 허가취소 및 영업정지 등 강력히 처벌하는 제재수단을 검토 중"이라며 "또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소방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노인 등 환자들이 임시 피난할 수 있도록 대피시설의 최소면적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를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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