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서비스 제공·한국 의료체계 교육 필요성 제기돼

[라포르시안]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북한이탈주민은 한국에서 의료이용을 하는데 있어서 의사소통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는 한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신뢰 저하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탈주민의 한국의료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통역서비스 제공과 한국 의료체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발간된 한국보건행정학회지(제28권 제1호)에는 연세대학교 대학원 보건행정학과와 건강보험공단, 연세대 보건과학대학 보건행정학과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한 '북한이탈주민의 한국의료서비스 신뢰에 대한 결정요인' 연구결과가 게재됐다.

연구팀은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지역에 거주하는 1만9,369명의 북한이탈주민 중 만 19세 이상 168명을 눈덩이 표집방법(snowball sampling)을 통해 표본을 추출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 참여한 북한이탈주민의 개인적 특성을 보면 성별로는 여성이 70.1%로 남성(29.9%)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는 40대(33.9%)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50대 이상(28.5%), 20대(21.8%), 30대(15.8%) 순이었다. 거주기간은 5년 이상(42.2%), 1년 이상–5년 미만(39.8%), 1년미만(18.1%) 순이었다.

주관적 건강 상태에 대한 인식은 '건강상태 나쁨'이 57.7%로 '건강상태 좋음'(42.3%)보다 더 많았다. 한국에서의 교육경험 유무를 보면 교육경험이 없는 경우(74.2%)가 교육경험이 있는 경우(25.8%)에 비해 많았고, 직업이 없는 경우가 56.6%로 직업이 있는 경우(43.3%)보다 비율이 더 높았다.

연구팀은 우선 1단계로 응답자의 개인적 특성에 따라 한국 의료서비스 신뢰에 차이가 있는지 살폈다.

분석 결과, 거주기간과 직업 유무에 따라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거주기간이 1년미만인 사람들이 1년 이상 거주한 사람들에 비해 한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직업 유무에 따른 신뢰는 직업이 없는 경우가 직업이 있는 경우에 비해 의료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연구팀은 2단계로 의사소통능력인 기본적 의사소통능력, 이문화 의사소통능력, 보건 의사소통능력을 독립변수로 추가해 분석했다.

그 결과, 1단계에서 유의했던 직업 유무는 한국 의료서비스 신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거주기간, 기본적 의사소통능력, 보건 의사소통능력이 한국 의료서비스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거주기간이 늘어날수록 의료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낮고, 기본적 의사소통능력과 보건 의사소통능력이 높을수록 의료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의료서비스 이용경험을 대입해 북한이탈주민의 한국 의료서비스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긍정적 경험이 높을수록 한국 의료서비스 신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북한이탈주민은 북한과 한국의 문화 및 정서의 차이가 존재하며, 언어장벽으로 인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며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통역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을 늘리고, 이를 활성화해 임상 실무영역에서 환자와 의료진 간 의사소통의 정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국의 의료체계에 대한 교육 필요성도 제시했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이 하나원 입소 후 받는 의료서비스 이용 교육은 심리검사 및 상담과 건강검진, 진료에 국한돼 있다.

연구팀은 "한국과 북한은 서로 다른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이 사회에 정착한 후에 의료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 혼란과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며 "이는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의료진과 의료서비스 이용에 있어 신뢰감과 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국의 의료서비스 체계와 이용방법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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