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삼성서울병원 등서 전공의 집담회 개최..."충분한 수련기회 보장·잘못된 의료관행 철폐" 요구

지난 6월 7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전공의 집담회 모습. 사진 제공: 대한전공의협의회
지난 6월 7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전공의 집담회 모습. 사진 제공: 대한전공의협의회

[라포르시안]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드러난 환자안전 문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집담회를 열었다. 특히 2006년 출범 이후 유명무실한 전공의노동조합의 활성화를 추진키로 해 관심이 쏠린다.

8일 대한전공의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낮 12시 전국 수련병원 20여 곳에서 열린 '안전한 의료 환경을 위한 전국 전공의 집담회'에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건국대병원 등 20여개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841명이 참석했다.

이날 집담회는 전공의 휴게시간인 점심시간을 이용해 각 수련병원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전국 수련병원에 실시간으로 집담회가 중계됐으며, 각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화상회의 등을 통해 함께 의견을 나누고 결의문을 낭독했다.

전공의들은 '안전한 의료환경을 위한 전국 전공의 집담회 결의문'을 통해 안전하고 올바른 의료를 위한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전공의들은 "지난 겨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갓난아기 네 명이 세상을 떠났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을 때, 마지막까지 생명을 살리려 했을 동료를 떠올렸다"며 "그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었을 때 그 이유가 간호사를 감독하지 않았고 영양제의 사용설명서를 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했다. 오히려 잘못된 관행으로 이익을 보고 이를 방치한 병원과 정부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 모습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결의문을 통해 ▲전공의 한 명당 진료량을 제한 ▲명확한 수련업무규정 마련 ▲충분한 수련기회 보장 ▲잘못된 의료관행 철폐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한 주에 100시간을 해도 모자란 업무를 80시간 이내에 해야 하는 상황, 환자는 줄지 않았고 인력은 늘지 않았다"며 "환자 한 명 얼굴 볼 시간조차 부족한 지금, 환자도 우리도 모두 위험해지고 있다. 전공의당 환자 수를 제한하라"며 "또한 한 생명을 제대로 치료하는 데에는 전공의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 교수, 병원 나아가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전공의에게 무엇을 얼마만큼 가르쳐 어떤 전문의로 길러낼지 분명히 밝혀달라"고 보건당국과 수련병원을 향해 촉구했다.

이날 집담회에서 안치현 대전협 회장은 전공의노조 가입을 홍보했다. 수련병원에서 전공의가 '피교육자'인 동시에 '계약직 노동자'라는 이중적인 지위를 갖고 있지만 피교육자 및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는 배제된 채 의무만 강요당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이 커다.

특히 이번에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도 담당 주치의인 전공의가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상황을 놓고 병원이 노동자로서 전공의에게 주당 80시간이 넘는 근무를 강요하면서도 막상 환자안전사고가 생기자 전공의에게 불합리한 감염관리 책임을 떠넘기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 큰 반발을 샀다.

대전협은 노동자로서 전공의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공의노조 활성화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전공의노조는 2003년부터 설립 논의를 거쳐 2006년 7월 노동부 설립신고를 통해 정식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출범 이후 제대로 된 노동조합 활동을 펴지 못했다. 가입하는 조합원 수도 미미했고, 의사사회에서 여전히 노동조합 활동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앞선 대전협 집행부에서도 전공의노조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관련 기사: 전공의노조 출범 7년째…노조원은 없고 깃발만 나부껴>

대전협에 따르면 현재 전공의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은 20여 명 남짓에 불과하다. 안치현 회장은 이날 집담회에서 전공의노조 가입 방법을 안내했다.

안치현 회장은 "전공의노조를 공고히 하고 전공의노조가 있다는 사실을 최대한 홍보해 자율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겠다"며 "최우선적으로 일부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1년차 임금을 삭감한 사례가 있어 이에 전공의노조 차원에서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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