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장관, WHO 총회서 공개적 비판 제기...“신약 약가 검증할 객관적 자료 마련할 것"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월20~22 사흘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1회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및 관련 부대행사에 참여했다. 사진 제공: 보건복지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월20~22 사흘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1회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및 관련 부대행사에 참여했다. 사진 제공: 보건복지부

[라포르시안]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일부 다국적 제약사가 무리한 약가 협상을 요구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보편적 건강보장 달성을 위한 ‘의약품 접근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박 장관은 “일부 다국적 기업에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무리한 가격 협상을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 WHO 차원에서 리더십을 가지고 공동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박 장관이 전 세계 보건당국 수장들이 모이는 WHO 총회에서 공개적으로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정부차원에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국내에 진출한 일부 다국적 제약사의 행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게르베코리아는 지난 3월 간암 환자의 주요 치료인 ‘경동맥화학색전술’(TACE) 시행 시 사용하는 조영제 ‘리피오돌’의 약가를 500% 인상하지 않으면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하며 약가협상에 나섰다. 

리피오돌은 간암 환자의 주요 치료인 TACE 시행 시 항암제와 혼합해 사용되는 조영제로, 게르베가 국내 독점 공급하고 있다.

또한 희소난치성 질환인 ‘척수성 근육위축증(SMA)’ 증상개선 약으로 허가를 받고 급여협상에 들어갈 A치료제 역시 1년 투약비용이 8억원에 달해 급여 협상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와 다국적 제약업계는 신약 약가 산정을 둘러싼 인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국적 제약업계는 한국내 신약 도입 약가가 ‘OECD 평균 약가보다 낮다’ 주장하고 있는 반면, 복지부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잘못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를 대표하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한국의 신약 보험약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있어 ‘혁신적 신약’ 도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KRPIA는 2016년 펴낸 ‘제약산업발전과 환자접근성 향상을 위한 약가제도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신약 보험약가는 201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45% 수준이고, 향후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국내 특허의약품의 약가가 평균 17% 인하되면서 다른 OECD 국가들의 평균 약가인하 폭(9%)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낮았다.

KRPIA는 “환자 접근성 향상 등 건강보험재정간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우수한 의약품에 대한 정당한 가치가 국내외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약가제도의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복지부는 OECD 평균 약값 통계는 각국의 다양한 약가제도로 실제 약값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의적으로 보정한 약값을 마치 신뢰할만한 데이터인 양 호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다양한 대책을 논의 중이며 우선 객관적인 자료를 만들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4일 성명서를 내고 “간암 환자 생명을 볼모로 벼랑 끝 약가 협상을 진행하는 게르베코리아를 규탄하며, 해당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할 것"을 정부와 제약사에 촉구했다.

환자단체연합은 "제약사의 의약품 독점권으로부터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강제실시, 병행수입 등의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한 제약사의 약값 인상 폐단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차원의 제도적, 입법적 조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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