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주 병협 상근부회장이 3차 수가협상을 마친 후 공단이 제시한 인상률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박용주 병협 상근부회장이 3차 수가협상을 마친 후 공단이 제시한 인상률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건강보험공단과 수가협상을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는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의 얼굴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건보공단에서 제시한 인상률이 기대에 크게 못미쳤기 때문이다.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 대표들은 28일 3차 수가협상을 벌였다. 오전 10시 약사회를 시작으로 한의협, 병협 순으로 협상장에 들어갔다.

약사회는 30분을 채우지 못했고 한의협은 30분, 병협은 40분 가량 걸렸다. 그만큼 간극이 컸다는 얘기다. 

협상은 공단 협상팀에서 수치를 제시하고 공급자단체가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약사회 조양연 보험위원장은 "약국뿐 아니라 모든 유형에 걸쳐 작년보다 분위기가 무겁다. 적정수가를 기대하며 약국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간극이 너무 크다"면서 "밴딩 폭을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했지만 너무 보수적으로 나온 것 같다"말했다. 

약사회에 이어 협상장에 들어갔던 한의협 협상단의 표정도 어두웠다.

한의협 김경호 부회장은 협상 결과에 대한 브리핑에서 "협상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주고받았다"며 "(공단에서 제시한 수치가) 워낙 낮은 수준이라 4차 협상에 나설지 장담할 수 없다.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에서 정한 밴드가 너무니없이 낮은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의협과 한의협을 같이 취급하면 안된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한의협은 문재인 케어에 대해 찬성해왔다. 

김 이사는 "'의협이 집회를 열었기 때문에 더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다'고 하는데, 의협이 문제가 있으면 그쪽에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 문재인 케어의 성공을 위해 협조하고 노력하겠다는 유형도 똑같이 취급할거면 단일유형으로 협상해야지 왜 유형을 나누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병협의 반응도 약사회나 한의협과 다르지 않았다. 

박용주 상근부회장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간극이 너무 크다"면서 "공단 쪽에서 가입자단체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가협상에서 현실적인 인상률에 도달하지 않으면 문재인 케어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부회장은 "수가 수준이 안 되니 비급여가 자꾸 나오는 것이다. 이런 수가라면 비급여가 또 생긴다. 건강보험 보장성이고 뭐고 수가가 기본적으로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수가협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의협 때문이라는 원망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의협은 "이게 다 의협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병협도 "의협에 대한 가입자들의 반감이 밴딩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의협을 우회적으로 지목했다. 

지난 25일 열린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에서 결정된 밴딩 폭은 2018년도 수가협상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도 수가협상에서 결정된 2018년 수가 평균 인상률은 2.28%로, 추가 소요 재정 규모는 8,234억원이다. 

공단 한 관계자는 "소위에서 가입자들을 설득하려 했으나 의협에 대한 반감이 워낙 거셌다. 지난 1년간 물가인상률에도 못미치는 수준에서 밴딩 폭이 결정됐다"면서 "이런 분위기라면 협상 마지막날 추가 밴딩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협은 오는 30일 오후 3시 공단과 3차 수가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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