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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는 합헌'이란 6년 전 헌법재판소 판단 바뀔까헌재, 오늘 '낙태죄 위헌소원 사건' 공개변론...청구인은 산부인과 의사
보건의료인들, 낙태죄 폐지 요구하는 성명 발표...법무부 "낙태 급증 막기 위해선 처벌 불가피"

[라포르시안] '낙태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변론이 오늘(24일) 헌법재판소 대법정에서 열린다. 지난 2012년 8월 낙태 시술을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지 6년 만이다.  <관련 기사: 낙태, 그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자>

헌재는 24일 오후 2시부터 대심판정에서 작년 2월 8일 접수된 '형법 제269조 제1항' 등의 위헌소원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 예정이다.

이 사건은 부녀의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의사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 각각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다.

헌재에 위헌소원을 제기한 청구인은 산부인과 의사 A씨다. 그는 2013년 11월 무렵부터 2015년 7월 초까지 69회에 걸쳐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를 한 혐의((업무상 승낙낙태 등)로 기소됐다.

A씨는 1심 재판 중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냈다. 그러나 이 신청이 기각되자 작년 2월 8일 형법 제269조 제1항 등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번 위헌소원 사건의 쟁점은 부녀의 낙태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의사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의사낙태죄 조항(제270조 제1항)이 각각 임부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청구인인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여성이 임신·출산을 할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해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하고,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중절 수술을 받지 못하게 해 임부의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원치 않는 임신의 유지와 출산을 강제해 임부의 생물학적, 정신적 건강을 훼손함으로써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와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원치 않는 임신 및 출산에 대한 부담을 여성에게만 부과하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서는 "일반인에 의한 낙태는 의사에 의한 낙태보다 더 위험하고 불법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의사에 의한 낙태를 가중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고,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측은 "태아는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된다"며 "태아의 생명보호는 매우 중요한 공익이고,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법무부는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서도 "낙태시술의 대부분은 의사 등이 행하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낙태 시술을 하는 경우 비난가능성이 일반인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사낙태죄 조항 역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오늘 공개변론을 통해 상반된 양측 주장을 들은 뒤 위헌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2016년 10월 17일 광화문 광장에서 73개 여성·사회 단체가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출처: ‘강남역 10번 출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gangnam10th/) 갈무리

"낙태죄, 처벌의 공포와 죄의식이라는 이중 삼중의 굴레에 여성을 가둬"
"낙태죄 폐지는 신성한 생명을 해치고 여성을 신체적·정신적으로 파괴시켜"   

한편 형법상 낙태죄를 놓고 관련 전문가 및 단체들의 찬반 의견 표명도 이어지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오늘(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보건의료인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낙태죄 폐지 요구 성명에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약사,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보건의료연구자 등 보건의료인 525명이 연대서명했다.

보건의료인들은 성명을 통해  "한해 16만 건 이상의 인공임신중절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 보여주듯 낙태죄는 인공임신중절을 막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의료인들의 정당한 의료행위를 위축시키고 불안전한 인공임신중절을 조장해 여성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뿐"이라고 낙태죄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낙태죄로 인해 여성과 의료인 모두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인구정책 수단으로 전락한 여성의 몸…임신중지는 죄인가, 권리인가>

이들은 "심지어 낙태죄의 존재로 인해 인공임신중절이 필요한 한국 여성들은 의학적 표준진료지침에 따른 시술조차 받지 못하고 있고, 고발을 두려워해 병원은 의무기록조차 남길 수 없어 여성들은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의료인들 역시 여성의 절박한 상황을 돕고자 인공임신중절을 시행하는 것임에도 체포와 기소를 각오해야 하고, 불법이란 상황 때문에 합병증과 후유증이 발생할 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나 상급의료기관으로의 의뢰는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수십 년간의 보건학적 데이터를 통해 인공임신중절이 합법화되었을 때 낙태 시술 과정에서의 감염과 모성사망률이 큰 폭으로 줄어 여성의 전반적인 건강이 향상됐으며, 현실적인 성교육과 피임문화 조성으로 낙태가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낙태죄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보건의료인들은 "의료인으로서 WHO가 제시한 보건학적 결과를 실제 현장에서 확인해 왔다. 낙태죄가 인공임신중절을 줄이거나 없앨 수 없는 것을 보고 느껴 왔으며, 낙태죄로 인해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받는 여성들이 안전하지 못한 시술에 노출되어 건강을 위협당하는 것을 목격해왔다"며 "여성의 건강권을 증진시키고, 나아가 실질적인 인공임신중절률 감소를 위해서라도 낙태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보다 앞서 앞서 작년 12월에는 생명윤리학과 철학, 신학 분야 연구자 115명이 낙태죄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관련 기사: 생명윤리학·철학·신학 연구자 115명 "낙태죄 폐지를 바란다">

'낙태죄의 폐지를 바라는 생명윤리학·철학·신학 연구자 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몇몇 제한된 경우에 한해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규정을 모자보건법에 두긴 했으나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해 대부분의 낙태시술이 불법으로 규정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현실과 법의 괴리는 당사자인 여성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을 뿐 아니라 의료인의 전문직 윤리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수한 생명윤리학자들이 낙태의 윤리적 정당성과 관련된 다양한 담론들을 내놓고 있으며, 심지어 기독교 생명윤리학자들 중에서도 국가가 낙태를 법률로 단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며 "이미 낙태를 통해 충분한 고통을 받고 있는 여성을 형법으로 단죄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고, 이는 여성에게만 가혹한 불공정한 일이다. 또 낙태를 불법으로 단죄하는 것만이 유일한 바람직한 길이 아니라는 데 모두 동의할 뿐"이라고 밝혔다.

한국사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낙태 담론이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동안 낙태에 대한 다양한 윤리적 담론을 공론의 장에 풍부하게 제공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며, 이제라도 다양한 견해와 주장을 연구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낙태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보다 성숙해지고, 나아가 제도적인 개선의 결실로 이어져 수많은 여성들이 처벌의 공포와 죄의식이라는 이중 삼중의 굴레에서 해방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구인회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등 대학교수 96명은 최근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폐지 반대 탄원서를 제출했다.

대학교수 9명은 성명을 통해 "낙태는 형법에서 금지하고 있음에도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고 이에 대한 처벌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낙태죄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라며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호라는 미명아래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신성한 생명을 해치고 여성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파괴시켜 결국 우리 사회에 생명을 경시하는 죽음의 풍조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이들은 수정란도 초기 인간 생명인 상태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들은 "생명의 시작은 수정 순간이다. 헌재도 2012년 8월 태아가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의 주체가 된다고 판결함으로써 태아가 독립된 생명체임을 인정한바 있다"며 "낙태로 제거하고자 하는 대상은 단순한 세포 덩어리가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생명체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인간 생명 보다 자기결정권 행사가 더 우선시 될 수는 없으므로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미명아래 산모를 낙태로 내모는 낙태죄 폐지 주장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낙태죄에 대한 외국 입법례와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내고 지금과 같은 강력한 낙태 규제가 위험한 방법으로 낙태를 하도록 내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낙태를 거의 전면적으로 금지하기에 상담제도 등의 마련은 물론 낙태 관련 규정의 정비도 부족할 뿐 아니라 비의료기관 혹은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의료적 환경에서 음성화된 시술이 만연됨으로써 임부의 건강·생명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며 "병원이나 의사 등에 대한 일정한 요건을 마련해 충분한 전문적 처치를 받음으로써 의학적으로 안전한 낙태시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선 개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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