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 새 가이드라인 제시...'주의혈압' 신설

[라포르시안]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작년 11월에 수축기 혈압은 140mmHg에서 130mmHg 이상으로, 이완기 혈압은 90mmHg에서 80mmHg 이상으로 변경한 새로운 고혈압 진단기준을 발표했다.

그러나 변경된 고혈압 진단기준을 놓고 미국 내에서 의료전문가들의 우려가 잇따랐다. 미국가정의학회(AAFP)는 내과학회(ACP)는 "새로운 고혈압 진단기준의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새로운 고혈압 진단기준은 국내에서도 논란이 됐다. 당장 변경된 고혈압 진단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30세 이상 한국인의 약 절반 정도가 고혈압 환자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한고혈압학회가 AHA·ACC의 새로운 고혈압 진단기준을 반영해 국내 가이드라인을 변경할지를 놓고 관심이 쏠렸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다양한 문헌과 관련 연구자료를 검토한 끝에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을 140/90mmHg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고혈압학회는 지난 18~19일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2018’을 공개했다.

학회가 마련한 고혈압 진료지침에 따르면 진료현장에서 약물 치료가 꼭 필요한 고혈압 진단기준은 치료의 효과에 대한 근거가 더욱 분명해진 140/90 mmHg을 제시했다.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가 변경한 진단기준을 국내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새로 마련한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달라진 대목은 주의혈압을 신설했다는 점이다.

기존 가이드라인에서 고혈압전단계는 1기(120~129/80~84mmHg)와 2기(130~139/85~89mmHg)로 세분해 놓았다. 이번에 개정한 가이드라인에서는 120~129/80mmHg 미만부터 '주의혈압'으로 분류했다.

학회는 "고혈압으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보건학적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한 고혈압전단계를 유지하고 그 범위를 더 확대해 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며 "고혈압전단계는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많게는 2배까지 증가하므로 적극적읶 생활요법이 국민보건 차원에서 필요한 영역이다. 특히 확장기혈압의 기준을 80mmHg까지 낮춘으로써 젊은 연령층의 확장기혈압 상승에 경고메세지를 제공하고 적극적인 예방 목적의 생활요법을 장려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새 진료지침은 진료실 밖에서의 혈압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개정된 진료지침에 따르면 진료실 밖 혈압측정을 약물치료 전과 약물치료를 변경하고자 할 때 적극적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고혈압진단을 놓치지 않도록 고혈압전단계 환자에서 진료실 밖의 혈압을 측정할 것을 권고했다.

학회는 "진료실 밖 혈압측정 방법으로서 가정혈압 또는 활동혈압은 정확하고 안전한 고혈압 치료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하려 하면 할수록 정확한 혈압측정과 안전핚 치료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혈압의 분류. 출처: 대한고혈압학회의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2018'
혈압의 분류. 출처: 대한고혈압학회의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2018'

새로 마련한 가이드라인에는 또 인지기능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써 고혈압 치료의 역할을 명시해 놓았다. 지금까지 '고혈압 치료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의료현장에서 빈번하게 제시됐지만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했다.

개정된 진료지침에 따르면 성인 고혈압환자에서 인지기능장애 및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고혈압 치료를 고려한다.

학회는 "치매 예방에 있어서 고혈압 치료의 역할을 명확히 함으로써 적극적으로 고혈압을 조절하는 인구가 많아지면 고령화 사회의 치매로 인한 질병부담을 효율적으로 경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일반대중의 치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혈압관리라는 구체적인 예방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근거가 없는 민간 요법이나 불필요한 치료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혈압' 질환으로 진료 받은 인원은 2017년 기준으로 604만명에 달했다.

연령대별 진료현황을 보면 70대 이상이 197만 7,000명(32.7%)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60대 168만 명(27.8%), 50대 154만 8,000명(25.6%)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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