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정신질환자는 여전히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소외돼"

[라포르시안] 대한조현병학회(이사장 김재진)는 14일 성명을 내고 "수원시 통합정신건강센터 설치와 관련한 지역사회 갈등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수원시는 정신건강, 중독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지역내 치유센터를 통합한 정신건강센터를 팔달구 매산로3가 인근에 설립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사업부지 인근에 위치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자녀의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현병학회는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은 모든 부모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 관심사이고 무엇보다 존중되어야 하지만, 왜곡된 정보에 의해 특정 대상자들이 삶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지역주민들이 내걸었던 대자보 내용 중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를 조두순과 같은 성폭력범과 동일시 하는 것이 특히 눈에 띈다. 전문가 단체로서 그동안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와 사이코패스의 차이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해왔던 것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학회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로 인한 강력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모든 일반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라며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율은 전체 강력범죄의 0.04%라고 알려져 있다. 나머지 99.6%는 소위 일반인에 의한 것이고 그 중 일정 비율이 사이코패스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합정신건강센터가 초등학교와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정신질환자들의 강력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는 점에 대해서는 잘못된 정보로 인한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수원시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정신건강센터는 재활과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정신질환자, 중독성 질환자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정신질환자 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우울, 불안, 스트레스성 문제 및 노인들의 행복추구를 돕는 매우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이라며 "그런 대상자가 범죄를 일으킬 확률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대개의 정신질환자 범죄는 치료받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특정집단의 거의 무시해도 좋을 위험성을 문제로 삼아 사회로부터 소외시킨다면 그들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며 "수원시 관계자와 정신보건전문가 그리고 수원시 지역사회의 성숙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촉구하며, 정신건강수도를 천명하고 있는 수원시의 새로운 시도인 통합정신건강센터의 안정적인 정착과 발전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도 14일 성명을 내고 "수원시가 추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통합정신건강센터 설치와 관련하여 발생하고 있는 지역사회 갈등양상과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우리와 다른 이질적 존재로 치부되어 왔던 정신질환자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소외되고 있는 듯하다"며 "사실 상 ‘치료받고 관리받고 있는 정신질환자’의 범죄 가능성은 일반인의 강력범죄 가능성보다 현저하게 낮아서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그들로 인한 위험가능성마저 완전히 제거하고자 한다면 우리 사회의 조현병 환자들은 영원히 소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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