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의사 면허규제 범위 확대 필요성 제기...복지부 "신중한 검토 필요한 사안"

[라포르시안] 법조계에서 의료인의 면허 규제 범위를 업무상과실치상, 성폭행 등의 형사범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와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권미혁 의원은 27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의원회관 제9 간담회실에서 '의사의 형사범죄와 면허규제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의 취지는 배임, 횡령, 절도, 강간, 업무상과실치상 등 일반 형사범죄나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의료인으로 면허 규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데 있다. 

그러나 정작 이해 당사자인 의사협회 등 의료인단체는 심포지엄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호균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위원(법률사무소 히포크라)은 주제발표에서 "현행 의료법은 의료행위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면서 의료인이 형사범죄로 사회적, 도덕적으로 결함이 확인됐음에도 여전히 의료행위를 수행하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사고로 많은 환자를 사망케 하거나 다른 일반 형사범죄를 범하더라도 의료인의 면허에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0년 의료법이 개정 이전에는 의료인이 업무상과실치사나 일반 형사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면허취소가 가능했다. 

박 변호사는 "일본은 지금도 2000년 이전의 우리나라 의료법보다 더 중하게 의사가 벌금형 정도의 형사처벌만 받더라도 면허취소, 의료법 정지(3년 이내) 처분이 가능하고, 독일이나 미국 대부분의 주는 형사처벌을 받은 의료인의 자격을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의료법은 다른 전문직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변호사, 법무사, 변리사, 회계사 공무원 등 대부분의 전문직은 형사적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자격 등록이나 자격이 취소되는 형태의 법률 규정을 두고 있다"며 "그러나 의사의 경우 일반 형사범죄나 다른 각종 특별법위반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의사 면허에 영향이 없는 법률 형태를 유지하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최근 10년 동안 성범죄로 적발된 의사 747명의 행정처분을 실시한 현황을 보면, 5명에게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린 것이 전부다.  

의사는 면허취소 후 재교부 받을 수도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면허가 취소된 자라도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교부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인재근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간 94건의 의료인 면허 재교부 신청이 접수됐고, 모두 재교부 승인이 났다. 

박 변호사는 "의사의 경우 일반 형사범죄나 다른 각종 특별법 위반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면허에 영향이 없는 법률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의 공감대를 확인해 적극적으로 의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강현철 변호사(법률사무소 공명)도 "의료인 중에는 '윤리'를 의료인을 비난하고 옥죄는 하나의 구실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으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윤리'는 개인적 윤리가 아닌 직업적 윤리"라며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에게도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에 못지않은 직업적 윤리가 요구되고, 형사범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자격의 결격사유와 등록취소 사유로 규정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이런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 전문가로서 직업에 대해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며 환자의 생명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고 사회로부터 전문인으로서 인정받고 존경받는 관계를 형성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의사의 면허규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의료법을 2000년 이전으로 되돌려 면허규제의 범위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자가 제안한 의료법 개선안보다 더 강도 높은 법률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발제에서는 의료법 개정안으로 '어떤 법규 위반이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자'를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현행 필수적 면허취소 제도를 임의적 면허취소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채근직 변호사는 "결격사유를 강화하자는 발제자의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개정안에는 반대한다"며 "의료인의 윤리성이 변호사나 심지어 공인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등의 윤리성보다 약해도 괜찮다는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발제자의 개정안은 결격사유의 면에서 본다면 약해도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채 변호사는 "의료인 특유의 결격사유인 의료법 제8조 제1호(정신질환자), 제2호(마약 등 중독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변호사법에 나와 있는 변호사의 결격사유를 그대로 옮기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유일하게 의료인으로 참고한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의료인 단체에 '완전한' 자율징계권을 주겠다는 의미로 이해한다"며 논의의 물꼬를 자율징계권으로 돌렸다. 

변협과 같이 의협 등 의료인 단체도 완전한 형태의 자율징계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임 회장은 "의협은 변호사협회와 달리 회원에 대한 징계권과 면허 취소 권한을 갖지 못하고 그 권한이 복지부 공무원에 있다"면서 "그러나 복지부 공무원은 문제 있는 의료행위인지 판단할 능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오늘 토론회는 의협에 자율징계권을 준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소청과의사회는 환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변호사들의 '복대리 선임' 관행을 지적하면서 변협을 공격했다. 복대리는 의뢰인으로부터 직접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자신의 권한 범위 내에서 다른 변호사를 선임해 그 사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임 회장은 "일부 변호사들이 복대리인을 악용해 전국단위 사건이나 접근이 어려운 지방에 복대리인을 선임해 무성의하게 재판을 진행한다. 복대리 선임은 자칫 허술한 재판을 조장할 수 있고, 심지어 의뢰인이 복대리인 선임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의사는 대리 진료할 때 심평원 등에 사전신고 하지 않으면 행정처분 받는다. 복대리인 제도를 없애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의료인 단체들의 견해를 듣기 전까지는 입장을 낼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오성일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정부 입장에서는 의료계 입장도 충분히 들어보고 검토해야 한다. 정확하게 의견 수렴을 하지 않고 정부 입장에서 결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 검토해야 할 문제도 많다고 언급했다. 

오 서기관은 "살인, 강도, 강간 등은 일반인의 법감정을 봤을 때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공론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범죄 종류에 따라 다르게 볼 문제도 있다"며 "침습적 행위를 하는 의료인의 특성도 살펴야 한다. 쉽게 결론을 내릴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여야는 변호사협회의 제안에 따라 의료인의 면허규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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