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 수가체계 정상화 강조하는 시점서 올해 협상 중요..."협상장에서 싸워야"

2017년 5월 열린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공급자단체 간 의료수가 협상 모습.
2017년 5월 열린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공급자단체 간 의료수가 협상 모습.

[라포르시안] "의원급 수가 협상에서 1%가 깎이면 840억원이 날아간다. 1%는 고사하고 01~0.3% 더 올리려고 밤새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한다. 그런 상황인데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 수가 협상 불참이라는 바보같은 짓을 하려고 한다."

최대집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5월 한 달간 진행되는 2019년도 의원급 수가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 당선인은 지난 25일 새 집행부 인선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수가 협상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5월 2일 취임과 함께 집행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수가를 인상해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건보공단은 수가 정상화를 위한 단계적 로드맵 등 계획 제시는커녕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협상을 하겠다는 행태를 보인다"면서 "거짓말하는 정부와는 수가 협상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당선인이 수가 협상 거부와 건정심 탈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언론과 인터뷰 등을 하면서 수차례 이 같은 생각을 언급했다.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공급자단체 간 2019년도 수가 협상은 오는 5월 11일 공단 이사장과 의약단체장 간 간담회를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5월 셋째 주부터 단체별로 협상이 시작돼 6~7차례 협상을 거쳐 최종 협상 타결 여부를 결정한다. 협상에 실패하면 건정심에서 인상률을 결정한다. 

만약 의협이 협상에 참여하지 않으면 건정심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2019년도 수가 인상률을 결정하고 장관이 고시하는 절차를 밟는다. 개원가의 의견이 완전히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한 관계자는 "유형별 수가 협상은 시소게임이다. 한쪽이 많이 가져가면 다른 쪽은 덜 가져가는 구조"라며 "게다가 정부가 수가 정상화를 외치고 있는 시기이다. 역대 최대폭의 인상률을 받을 수 있는데, 명분도 없이 좋은 기회를 날릴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대집 당선인과 달리 일반 회원들은 40대 집행부가 0.1%라도 더 받기 위해 협상장에서 싸워주기를 바랄 것"이라며 "그러나 협상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냥 날리는 것이다. 의협은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 역시 "(수가 협상 불참 및 건정심 탈퇴는) 치기 어린 행동"이라며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큰소리만 치면서 들어가지 않는 것은 전략이 없다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 개원의는 "수가 협상은 회원 개개인의 수입과 직결된 문제다. 수가 협상을 코앞에 두고서 일방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한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의협 소식을 접한 건강보험공단은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고영 건보공단 보험급여실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체 유형을 합치면)수가 1%가 수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그 1%를 두고도 민감한데 수가 협상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해서 우리도 궁금하다. 일단 4월 말 의협에서 협상단 명단을 넘겨주면 협상에 임하겠다는 메시지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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