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최근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과 보건복지부에서 공공보건의료 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S과장 간에 있었던 일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사건이라고 하기에도, 가벼운 해프닝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이 일의 발단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근무하던 어느 간호사의 죽음에서 비롯됐다.

앞서 지난 16일 새벽, 국립중앙의료원 내 남자화장실에서 한 간호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망 경위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간호사의 사망 소식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문제는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지원과 평가업무를 담당하는 복지부 공공의료과에서 해당 사건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작년 말부터 병원내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집단괴롭힘 등의 문제가 잇따라 불거진 상황에서 국립중앙의료원 내에서 간호사가 숨진 사건은 극도로 예민하고 엄중한 사안일 수밖에 없음에도 곧바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며칠 뒤 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이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과 저녁식사 자리를 했다. 그 자리에서 S과장이 정 원장에게 간호사 사망사건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S과장이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한 다른 공공병원장들에게 폭언을 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여기까지라면 그냥 묻히고 말 일이었다.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정기현 원장은 바로 그 다음날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복지부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리고 S과장 앞에서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며 간호사 사망사건 보고 누락에 대해 사과를 했다고 한다. 그것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개된 자리에서. 정기현 원장이 '무릎 사과'를 한 바로 그날 S과장은 대기발령이 나고 감사 대상에 올랐다.

이 일을 놓고 뒷말이 많다. 복지부 공무원이 산하 공공병원장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비난과 대통령 측권 인사로 불리는 정기현 원장이 공개된 자리에서 '무릎 사과'를 한 것이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사실 정 원장이 복지부 사무실, 그것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개된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 행위는 여러 사정을 감안해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리 복지부로부터 예산 지원과 운영평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서 위상을 고려할 때 복지부 당담 공무원에게 '무릎 사과'를 할 생각을 했다는 게 그저 황당할 따름이다.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을 샀던 인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경솔하고 분별력 없는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공교롭게도 국립중앙의료원이 이달 26~27일 이틀간 지역거점공공병원 중간관리자급 이상 책임자 30여명을 대상으로 ‘중간관리자 : 공공병원 관리자 리더십 향상 과정’이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지역거점공공병원 중간관리자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정책 및 제도 변화를 숙지해 기관별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업무 책임자가 갖추어야할 리더십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개설했다는 게 국립중앙의료원의 설명이다.

주요 교육프로그램은 ▲공공보건의료 정책 변천과 발전과제 ▲공공병원의 공익적 역할 설정 ▲의료수가 정책변화와 의료기관의 대응 ▲새롭게 개정된 의료관련법과 병원의 대응 ▲2018년 노동 관련 이슈와 대응 방안 ▲섬기는 리더가 성공한다 등으로 구성했다.

교육프로그램 내용 중 '섬기는 리더가 성공한다'는 주제가 눈에 밟힌다. '섬기는 리더'라는 말과 '무릎 사과' 행위가 겹쳐서 떠오른다. '그게 그런 말인가'라고 오해하기 딱 좋다.

어쨌건, 업무 책임자가 갖추어야할 리더십 역량 강화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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