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2017년 12월 16일 21시32분부터 22시 53분까지 이 사건 병원 11층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 내에서 피해자 000, 피해자 000, 피해자 000, 피해자 000이 순차적으로 모두 사망에 이르렀다"

채 2개월도 안 된 짧은 생이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1시간 30여분 사이 잇따라 숨진 신생아 4명의 죽음은 검찰이 작성한 구속영장 청구서의 짧은 문장으로 남았다. 좁은 인큐베이터 안에서 호흡과 맥박,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각종 모니터링 장치와 약물을 주입하는 튜브가 그들이 경험한 세상의 전부였다.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피부는 세게 만지면 으스러질까 얇은 유리를 다루듯 조심스러웠을 텐데...숨진 아이들의 진료비 내역서는 각종 검사와 수술, 처치, 처방한 약물 리스트로 빼곡했다. 고통 속에 흩어진 아이들의 생의 시간을 짐작하게 한다. 진료비 내역서에 기록된 처방명 사이사이로 아이들의 가느다란 울음이 섞여 있는 거 같다. 

병원, 특히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 해도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숨진 건 유례가 없을 만큼 엄중한 일이다. 최근 발표된 경찰의 수사결과를 보면 이대목동병원은 1993년 개원 이후부터 25년 간 '주사제 나눠쓰기'라는 나쁜 관행을 이어왔다. 경찰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은 2010년 국제의료기관평가인증(JCI)을 준비하면서 인증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환아 1인당 매일 1병씩 처방'하는 것으로 변경했음에도 간호사들의 분주 관행을 묵인한 채 이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묵인했다고 한다. 2010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기준이 '1인당 1병'으로 변경된 이후에는 분주해 사용했음에도 환아 1인당 매일 1병씩 사용한 것으로 거짓 청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모든 게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의료진은 이를 묵인하고 방치해 신생아 사망이란 돌이킬 수 없는 의료사고를 초래했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피의자 측 변호인은 감염 원인에 대해 의학적 다툼의 소지가 있고, 병원내 감염 관리감독의 역할을 놓고 관련 규정상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맞섰다. 경찰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7명의 의료진의 중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중 3명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항암 치료 중인 의료진 1명은 구속적부심사 청구가 받아들여져 풀려났다. 여전히 2명은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의 판단처럼 신생아 사망의 일차적인 책임은 감염 관리·감독을 제대로 방치하고, 규정을 지키지 않은 의료진에게 있다. 그런데 이대목동병원에서 지난 25년간 감염관리 지침을 어기고 관행적으로 주사제 나눠쓰기를 했다면 개별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문제다. 오히려 병원 차원에서 이런 나쁜 관행을 묵인한 것에 더 큰 책임을 지우는 게 합당하지 않을까.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봐도 그렇다. 이대목동병원은 신생아중환자실 관련 의료인력 운영이 엉망이었다. 병원은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않은 채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늘상 부족한 인력으로 돌아가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감염 관리·감독의 책임과 규정이 지켜지는 건 의료진의 사명감과 헌신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병원의 시스템은, 그걸 책임지는 병원 경영진의 역할을 무엇인가 하는 당연한 의문이 든다. 25년의 '나쁜 관행'은 누구의 관행인가. 의료진인가, 아니면 병원 그 자체의 관행인가.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이화의료원은 교직원 일동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관련된 의사와 간호사가 구속되었고, 원가를 절감하려고 한 병의 영양제를 나누어서 투여하는 잘못된 관행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는 최종 수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중략)이번 일을 겪으며 환자안전과 감염 관리에 대해 부족한 점이 많았음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고, 교직원 모두는 통렬한 반성과 함께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사과문의 문장이나 발표 주체가 교묘하다. 경찰의 수사결과를 인용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개별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처럼 표현했다. 심지어 사과의 주체가 '교직원 일동'이다. 환자 안전과 감염관리의 문제는 병원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볼 수밖에 없는데 병원이나 경영진, 운영재단은 '교직원 일동'이란 이름 뒤에 숨었다. 앞서 지난 2월에도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내고 "병원당국은 사망의 책임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의료진 7명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형사입건됐다. 병원은, 의료원은, 병원을 운영하는 재단은 법적으로 책임질 게 없는 건가. 그러면서 "신생아 중환자실의 직접 진료 부문이 정상화될 때까지 전면 폐쇄하고, 신생아 중환자실은 물론 전체 병원에 대한 환자안전과 감염 관리 기능을 재정비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결국 병원이 환자안전과 감염관리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신생아 사망이라는 중대한 의료사고를 초래했다는 걸 인정하는 것과 같다. '감염관리 체계'라고 할 때 그 체계는 의료진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의 역할을 의미한다. 감염관리 체계를 정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의료진 개인이 아니라 병원 그 자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감염 원인으로 지목된 영양제 분주 관행은 병원의 경영방침이 내재화 된 것이다. 감염 원인으로 지목된 영양제 분주가 이뤄진 과정을 보면 병원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대목동병원은 작년 4월 신생아중환자실 간호관리료 차등제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해 간호사 7명을 충원했다. 7명 중 5명은 신입 간호사였다. 신입 간호사를 확충한 이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기존에는 경력 간호사가 맡았던 지질영양제 분주 작업과 지질영양제가 담긴 주사기에 라인을 연결하는 일이 가장 경력이 짧은 신규 간호사의 업무로 재조정됐다. 간호관리료 차등제 1등급을 받기 위한 인력 확충과 업무 조정은 병원의 경영전략 차원으로 이뤄졌다. 나쁜 관행을 묵인하고 방치한 가장 큰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보건당국은 또 어떤가. 이대목동병원은 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적정 수준의 의료 질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시설, 장비, 인력, 조직, 운영, 진료과정 등이 인증기준에 부합하는지 평가를 받고 인증을 획득했다.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은 인력부족으로 의료진 업무가 과부하 상태였다. 중환자실에서 간호사 1명당 1~2명의 환아만 볼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병원이 인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수가를 개선해야 한다고 의료계가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방치하고 묵인했다. 중환자실에서 감염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각종 일회용 소모품에 제대로 의료수가를 책정하지 않아 감염 사고의 위험을 방치하고 묵인했다. 이대목동병원이 25년간 나쁜 관행을 유지해온 배경에 보건당국이 '부적절한 제도'를 묵인하고 방치한 책임이 크다. 의료진 7명에게만 책임을 묻는 건 '책임을 조작하고 축소'하는 것이다. 의료진 개인을 향해 '조작된 책임'은 이번 사고가 발생하게 된 의료체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가릴 뿐이다. 병원이나 보건당국이 마련하겠다는 개선 대책은 축소되고 개인화된 책임의 한계 안에 머물 게 뻔하다. 병원과 보건당국에 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주사제 나눠쓰기 관행을 묵인했으면 그에 따른 책임도 나눠서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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