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봐이예분만은 프랑스 산부인과 의사인 프레드릭 르봐이예 박사에 의해 창안된 분만철학이다. 르봐이예 박사는 산모가 출산할 때 아기가 괴로운 듯 우는 모습을 보며 기존 출산법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새로운 분만법을 고안하게 됐다. 즉, 출산 과정에서 태아를 위한 배려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자궁 속 환경에 익숙한 태아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시끄러운 소리, 밝은 빛, 차가운 공기와 중력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성인에게는 익숙한 환경이 시각, 청각, 촉각이 매우 예민한 태아에게 폭력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태아는 공포와 불안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러한 신생아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탄생 시 환경을 자궁 속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 어야 하며, 탄생 후에도 신생아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이것이 르봐이예분만의 기본 수칙이다.

어두운 자궁에서 나온 태아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분만실 조명을 최대한 낮추고, 청각이 발달해 있는 아기를 위해 분만실을 조용한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아기가 태어난 즉시 엄마 품에 올려놓아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듣게 해주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엄마의 살결을 느끼게 해준다. 탯줄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던 태아가 천천히 폐호흡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출생 5분 후에 탯줄을 자르고, 아기를 엄마의 자궁속과 비슷한 환경인 37.5도의 따뜻한 물속에 잠시 놀게 해 출산으로 인해 경직된 몸을 풀어준다.

마지막으로 분만 30분 이내에 엄마 젖을 물게 해준다. 엄마 가슴에 올려진 아기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엄마의 젖을 찾고 빨기 시작한다. 가족과 의료진의 배려로 아기가 세상에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을 편안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르봐이예분만이란 탄생 때부터 아기를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만법을 뜻한다. 불필요한 약물이나 시술 등 의료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연주의출산이나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아기와 산모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수중분만 등은 모두 산모와 아기가 중심이 되는 분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인권분만연구회 김상현 회장 (동원산부인과 대표원장)은 국내 최초로 르봐이예분만을 시행하며 인권분만이라는 분만 철학을 국내에 널리 알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산모와 아기의 인권을 존중하는 분만철학을 실천해 온 그는 나무를 심듯 우리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꾸준히 해 온 셈이다.

르봐이예분만이 도입된 후 국내 출산문화는 달라졌다. 무엇보다 분만실 출입이 금지됐던 남편이 분만실에 들어와 아내와 함께 아기를 맞이했다.

그 이전까지 출산에서 남편의 역할은 애매했다. 사회적 분위기나 분만환경 탓에 어쩔 수 없이 소외돼 있었다. 이런 남편들을 분만의 주체로 만든 것이 바로 르봐이예분만이다. 김상현 원장은 남편이 분만 과정에 참여하게 된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김 원장은 “분만실에 들어와 눈물을 흘리는 남편이 많았다. 아내가 고생하는 모습에 눈물 흘리기도 하고, 아기가 태어나는 감동에 눈물 흘리기도 하고, 어떤 남편은 편지를 써와서 막 태어난 아기에게 읽어주기도 했다. 남편이 동참하게 되면서 출산은 가족공동체의 가장 뜻깊은 축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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