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항의하는 의료계 대표자 규탄대회 열어
"의료진 구속, 중환자실 기피로 끔찍한 파국 초래할 것"

[라포르시안] 의료계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사태 관련 의료계 대표자 규탄대회'를 열었다.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집회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과 16개 전국시도의사회장 등은 '의료인 살인자 취급 더는 못 참겠다', '의료진 구속 결정 즉각 철회', 환자 진료 부당삭감 심평원 구속', '13만 의사 범죄자 취급 중환자실 무너진다' 등의 피켓을 들고 구회를 외쳤다. 

최대집 당선인은 대회사에서 "의사는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 목숨을 걸고 치료하고, 의사의 자존심과 의학적 양심을 걸고 치료에 나서지만 국가와 사회는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범법자, 살인범 취급을 하고 있다"면서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구하고 의사의 권리를 쟁취하고 가장 중요한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총궐기해서 잘못된 경찰, 검찰, 법원의 행태를 모두 다 바꿔버리자"고 외쳤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결의문을 통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를 활성화하려면 보건의료시스템의 개혁이 먼저"라며 "그 누구도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요구받거나 이로 인해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사법부의) 이번 결정으로 극한 직업인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를 할 사람이 없어져 파국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초래되는 끔찍한 재난 사태의 책임은 서울남부지법에 있다"고 비난했다. 

임 회장은 "신생아 중환자실에 근무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와 교수들이 감옥에 갇히고 전과자가 되는 위험에서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도 이날 롯데호텔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각각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인 구속 사태에 대한 성명을 채택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철저한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해당 의료진의 직무 수행이 의도적인 감염 유발 행위가 아님에도 구속을 감행하는 것은 무리한 사법조치"라며 "이로 인해 앞으로 어렵고 위험한 의료행위를 피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과 환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고와 같은 불행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의료인에 대한 무리한 구속 수사 중단 ▲명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중환자 의료 및 감염관리 체계 개선 대책 마련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의료수가 개선 ▲중환자실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장기적이고 진정성 있는 대책 강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술대회 관련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는 경찰의 수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수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불가항력적 상황이었고, 예측은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균에 오염된 과정이 규명되지도 않았다. 사고의 원인은 다른 데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도 결의문을 통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고는 의료진 개인의 문제가 아닌 보건정책과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이고, 제한된 의료자원으로 무한한 성과를 추구한 우리나라의 기형적 의료시스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인재"라고 규정하면서 "그런데도 이런 재난적 의료현실을 온몸으로 버텨온 소아과 의사들을 희생양 삼아 여론의 뒤로 숨어버린 보건당국의 태도는 참으로 비겁하다"고 강조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의료인 구속으로)우리나라 의료를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후퇴시킬 것이고, 분만 인프라의 황폐화를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구속된 의료인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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