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철(암시민연대 대표)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는 4월 1일부터 상복부 초음파검사의 건강보험 적용범위를 전면 확대하였다. 초음파검사는 그 효용이 충분히 입증된 비교적 안전한 검사임에도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2016년 10월부터 4대 중증질환 의심자와 확진자에게만 건강보험 적용이 되었다. 여러 질환을 감별하기 위한 필수적인 검사임에도 그동안 비급여 항목 가운데 가장 큰 1조 4천억원에 이르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일환으로 4대 중증질환 의심자와 확진자 뿐 아니라 간, 담낭, 담도, 비장, 췌장의 이상을 확인하기 위한 상복부 초음파검사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환자의 부담을 이전에 비해 1/3로 줄인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목표이다.

그동안 초음파검사는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익숙하고 안전한 검사였지만 불필요한 검사가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경우도 있었다. 단순 골절 환자에게 진료 때마다 초음파검사를 시행한 경우나 태아에 대한 잦은 초음파검사 등 임상적 유효성이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가격 또한 의료기관 간 차이가 워낙 심해서 최대 5배까지 차이가 났고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대상은 전체 초음파검사가 아닌 상복부 초음파검사로 한정해 시행 후 처방 수나 경과를 보고 다른 초음파검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검사나 중복 검사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가의 경우 1차 의료기관은 관행 수가의 100%, 3차 의료기관은 85% 정도를 보장하였는데, 기존의 검사 항목들과 비교하면 높은 수가를 책정한 것이다. 이는 의료계가 꾸준히 제기했던 수익 감소에 대한 우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환자단체들은 문재인 케어의 큰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조바심을 내며 지켜봐왔다. 이번 상복부 초음파검사 건강보험 적용범위 확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모든 정책의 실행 과정에서는 이해당사자간의 대립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협의 과정을 통해 설득과 합의를 이루어 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당사자의 합리적이고 성실한 자세를 전제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의협은 의정협의체의 당사자로서 합리적이고 성실한 대화 상대의 자격을 상실한 듯 보인다.

문재인 케어 자체를 반대하거나 담당 공무원의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협의의 대상이 아니다. 또한 상복부 초음파검사의 비급여 부분을 그대로 남겨 달라는 요구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애초의 목적 달성을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조건인 동시에 환자의 부담이나 불필요한 검사의 남발 문제는 그대로 두고 오로지 의사의 수익만이 중요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비급여의 급여화가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의사의 진단에 따라 제시된 치료를 할지 안 할지 혹은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환자의 선택권이지, 의사의 진단 없이 환자가 치료법이나 약을 선택하는 것은 의료가 아니다.

사실 제한되는 것은 환자의 선택권이 아니라 의사의 재량이다. 의사의 양심적인 판단을 존중하여 재량의 범위를 무한대로 인정하다가 각 항목에 따라 적용범위가 제한되는 것이다. 이는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여 환자의 건강을 위한 의료가 아닌 의사의 이익을 위한 의료만을 해 온 일부 의사들의 재량권을 더 이상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급여화의 과정에서 임상적 효용성을 바탕으로 건강보험 적용여부를 결정하고 객관적인 임상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의사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간, 담낭, 담도, 비장, 췌장의 이상 이외에도 상복부 초음파검사가 필요한 사례를 지적하고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 말이다.

방사선사가 초음파검사를 하는 문제는 의협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초음파검사의 목적은 검사를 통한 진단이고 각 질환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의사가 직접 하는 것이 당연하다. 방사선사의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환자는 초음파검사를 의사가 직접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다만 지금까지 의료기관에서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나 방사선사가 초음파검사를 진행해 왔던 부분에 대해서는 진료비의 환불을 비롯한 구체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국민들이 의정협의체의 구성원으로서 의협에 기대하는 역할은 의사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이익 단체가 아니라 의료의 공공성과 도덕성에 기반한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역할이다. ‘국민건강 수호를 위한’ 이라는 의협 비대위의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 국민의 건강과 상관없이 구성원의 이익에만 집중한다면 의정협의체에서 의사협회의 역할은 그 가치를 상실할 수 있다.

문재인 케어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는 분명하다. 공약은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던 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이익단체라고 주장하는 의협의 눈치만 볼 게 아니라 각 분야의 여론을 모두 수렴하고 애초의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과 성과를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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