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노동계 "의사단체, 문재인 케어 관련 국민 기만...흔들림 없이 정책 추진해야"

[라포르시안]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정책의 일환으로 4월부터 상복부 초음파검사 전면 급여화와 예비급여가 시행에 들어갔다. 그동안 상복부 초음파검사는 4대 중증질환이 의심되거나 확진을 받은 환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해 왔다.

이번에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면서 B형·C형 간염, 담낭질환 등 상복부 질환자 307만여명이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의료비 부담을 덜게 된다.

그러나 의료계는 상복구 초음파 검사 급여화와 예비급여 도입이 오히려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제한하고, 싸구려 의료를 조장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선출된 최대집 의사협회 회장 당선자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가 되면 시술횟수를 벗어난 행위는 환자가 아무리 아파도 불가능한 시술이 될 것이다. 과연 이것이 보장성 강화인가"라며 "문재인 케어는 보장성 확대가 아니라 보장성 제한이다. 싸구려 케어가 되는 것이고, 저질 의료를 강행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성토하며 4월 말쯤 대규모 의사집회를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환자단체와 노동계는 '문재인 케어'를 흔들림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최대집 당선인과 대한의사협회 비대위가 문재인 케어 내용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일 공식입장을 내고 "4월부터 시행되는 간·담낭·담도·비장·췌장 상복부 초음파검사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의사협회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아닌 제한이라고 평가 절하하고, 4월 말 집단행동까지 예고한 일련의 발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국민과 환자에게 약속한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케어 공약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는 "의협은 상복부 초음파검사와 문재인케어 반대 명분으로 '국민을 위하여, 환자를 위하여'라는 수식어를 더는 사용하지 않기 바란다"며 "의협이 위한다고 하는 국민과 환자들은 의협의 집단행동·진료중단 위협으로 생명권, 건강하게 살 권리, 진료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케어로 인해 의료보장이 제한을 받을 것이란 주장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의 한 장면. 손가락 절단사고를 당한 사람이 응급실에 실려가자 보험가입 유무부터 확인한 의사가 "보험이 없다"는 환자의 말에 셋째 손가락 접합에는 6만달러, 넷째 손가락 접합에는 1만2천달러가 소요된다고 설명하는 장면.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의 한 장면. 손가락 절단사고를 당한 사람이 응급실에 실려가자 보험가입 유무부터 확인한 의사가 "보험이 없다"는 환자의 말에 셋째 손가락 접합에는 6만달러, 넷째 손가락 접합에는 1만2천달러가 소요된다고 설명하는 장면.

앞서 최대집 의협회장 당선자는 지난 3월 30일 의협 비대위와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문재인케어를 추진하면 손가락 세 개가 잘려 응급실로 가도, 한번에 2개까지는 급여로 치료가 되어 봉합을 할 수 있으나 나머지 하나는 비급여로라도 붙여달라고 환자가 요구해도 그건 불법이라 안 된다고 의사가 답해야 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최대집 "문재인 케어는 싸구려 케어...4월말 휴진 투쟁 검토">

최 당선자의 주장은 몇 년 전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마이클 무어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에 등장하는 손가락 접합비용을 놓고 의사와 환자가 흥정을 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식코' 속 이 장면은 민간보험 중심의 미국에서 의료상업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환자는 결국 엄청난 의료비 부담 때문에 절단된 두 개의 손가락 중 하나만 접합하겠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케어가 목표로 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를 통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으로 '식코' 속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최 당선자는 기존 건강보험 급여기준에서 의학적으로 타당한 일정 횟수, 수량, 적응증 등을 벗어난 의료행위를 불법 비급여로 규제하는 것을 빗대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환자의 의료선택권이 제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재인 케어에서는 급여기준을 넘어선 의료행위에도 모두 보험을 적용하고, 다만 환자에게 높은 본인부담률(30~90%)로 적용토록 하고 있다.

실제로 상복부 초음파 검사의 전면 급여화 이후 특별한 증상 변화나 이상이 없더라도 환자가 추가 검사를 원할 경우 본인부담률을 80%로 적용해 시행할 수 있다.

환자단체는 "영화 '식코'는 환자의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미국 실손의료보험회사의 횡포를 고발한 다큐멘터리다. 문재인 케어는 실손의료보험이 없으면 치료받지 못하는 미국과 달리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고도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라며 "의협이 반대한다고 정부가 문재인케어를 추진하는데 주춤거린다면 이는 대통령의 공약 파기이며, 국민과 환자들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강조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와 전국사회보장기관 노동조합연대도 2일 성명을 내고 최대집 의협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양 노조는 "의협 회장 당선인 최대집과 의협 비대위 이름으로 발표된 ‘문재인 케어와의 전쟁을 선포 한다’ 성명서는 왜곡과 날조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며 "거짓 선동을 위해 사실관계를 뒤집고 호도하는 저급함으로 가득 차 있다. 국민과 사회수준을 정상적으로 생각한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거짓들"이라고 성토했다.

의료계의 주장대로라면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위해 모든 의료행위를 비급여 영역으로 남겨둬야 하고, 결국 돈이 없는 환자는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의료이용의 불평등을 방치하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박했다.

양 노조는 "최대집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의 논리대로라면 건강보험 급여 때문에 일부 의사단체가 필요한 진료를 못했으므로 현재의 모든 급여항목을 비급여화해야 한다"며 "상복부 초음파 역시 비급여로 남겨둔 채 일부 의사단체 마음대로 초음파 검사를 하고 그 단체가 요구하는 대로 환자에게 진료비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것은 돈이 없는 국민은 아파서 죽으라는 말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가의 불균형으로 인해 과잉진료나 과소진료를 해소하는 길은 진료비(수가) 재설계이며, 비급여 수익으로 병의원을 경영해야 하는 왜곡된 의료시장은 선진국가 어디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오랜 적폐"라며 "고질적인 병폐구조를 바로잡는 유일한 수단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이다. 이는 일부 의사들이 돈이 되는 곳에만 집중하는 극단적인 의료상업화를 국민건강과 생명을 위한 정상의료로 전환시키는 길이며, 문재인 케어가 제시하는 핵심 줄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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