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과실 책임을 의료진에게만 뒤집어씌우려는 것" 강력 반발

[라포르시안]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경찰이 신생아 사망 사고의 진실을 규명하기보다 의료진을 희생양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전담팀은 지난 3월 30일 오전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담당 교수 2명과 간호사 2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와 관련 대한병원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과 관련해 사건의 위중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러나 이미 해당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졌고, 이번 사태로 인해 제도적 문제 또한 개선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해당 의료진의 구속영장 신청은 의료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협회는 "병원계는 법원에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줄 것과 처벌에 앞서 재발방지를 위한 당양한 해법 모색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철회를 촉구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미숙아를 살리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진료한 중환아실 의료진에게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물으며 구속 영장을 신청하기에 이른 서울 경찰청의 행태를 규탄한다"며 "작금의 결과는 적자 운영, 교과서적 진료 행위 급여 불인정, 의료인의 과도한 근로시간 등 의료기관의 고질적인 문제를 알면서도 오랜 기간 방치하고 묵인한 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도 그 책임을 피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경찰은 '잘못된 관행을 묵인·방치해 지도·감독 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했는데 이는 불구속 수사,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반하고 의사를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재단하는 현 사회적 분위기에 영합한 영장 신청"이라고 비난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도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의료기관, 경영진, 보건당국의 책임이 큰 사안임에도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묻는 구속영장 신청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해당 의료진의 구속수사 방침에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며 구속영장을 철회하고 감염관리시스템과 병원운영시스템의 총체적 부실로 인한 의료사고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공정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며 "이화의료원의 해당 의료진이 신생아 사망과 관련해 책임 대상자라고 하더라도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를 이유로 이들을 구속조치하는 것은 모든 과실의 책임을 의료진들에게만 뒤집어씌울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신생아 사망사고를 제대로 규명하기 위에서는 의료진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이끌어 온 병원과 재단, 보건당국의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주사제 분할 사용이라는 관행은 의료 인력의 부족 때문에 발생한 만큼 이번 이대목동병원의 사태가 몇몇 의료진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주사제 분할 청구를 막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총제적인 감염관리시스템과 병원운영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은 채 해당 의료진에게만 법적 책임을 물을 경우 병원과 재단, 보건당국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에 불과하며 제2, 제3의 이대목동병원 사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전공의협회도 2일 성명을 내고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사전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대전협은 "여러 의료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던 경찰은 이제 검찰을 통해 담당 교수 2명과 수간호사, 간호사 등 의료진 4인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며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 이상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 피의자들이 어떤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는 것인지, 지금도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피의자들이 어떤 도망의 염려가 새로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이런 식의 수사로는 명확한 감염경로를 밝혀내는 것도, 진짜 책임자를 가려내는 것도, 미래의 신생아들을 안전하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경찰은 스스로 현장을 오염시키고도 강압적으로 의료진을 수사한 것으로 모자라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으로 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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