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에 건강권 등 신설...."건강할 권리에 대해 평등하고 포괄적 접근 이뤄져야"

[라포르시안] 청와대가 지난 20일 '대통령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국민주권 강화 관련 부분에 대해서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에는 기본권을 확대해 국민의 자유와 안전, 삶의 질을 보장하고, 직접민주주의 확대 등 국민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졌다.

앞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헌 자문안을 보고하면서 ▲국민주권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강화 ▲견제와 균형 ▲민생개헌 등 5대 원칙을 충실하게 구현하는 데 초첨을 맞췄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청와대가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에는 생명권과 안전권, 정보기본권, 주거권, 국민의 건강권 등의 기본권이 신설됐다.

이 중에서 건강권 조항은 보건의료계와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신설 필요성을 촉구해 왔다.

현행 헌법에는 건강권과 관련해 제36조 3항에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언급해 놓았을 뿐이다. 

이 조항은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성격이 강해 건강권을 적극적·구체적으로 명시해 국민의 건강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게다가 헌법 36조는 혼인·모성보호를 규정한 조항이다보니 보편적인 건강권을 명시한 것으로 보기에 모호한 측면이 있다. 

이번에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에는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 의무' 대신 '건강하게 살 권리'로 변경하고, 국가의 건강권 보호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이 신설된다.

헌법에 건강권이 신설되면 국가는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의무를 지게 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나 공의료 확대처럼 의료접근성 및 치료비 부담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이 건강한 상태를 누릴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인 요인을 개선하고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까지 국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건강권 신설은 궁극적으로 보건복지 체계 전반의 개편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소득과 교육 수준, 노동, 주거, 환경 등의 사회적 용인이 모두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 일부를 공개하면서 "모든 사회 구성원이 각자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면서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사회보장을 국가의 시혜적 의무에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변경해 사회보장을 실질화하고,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권 및 국민의 건강권을 신설한다"고 설명했다.

"건강에 대한 국가의 책임 획기적으로 강화" 

한편 건강정책학회와 국제보건의료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등 9개 학회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개정 헌법에 건강권 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학회는 성명을 통해 "현재의 건강 불평등 상황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인권 보장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음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현재의 헌법에 미약하게 규정하고 있는 건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본권으로써 간강권의 보장이 단순히 보건의료의 접근성이나 비용 보장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학회는 "건강권의 보장은 보건의료의 접근성 또는 비용 보장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 보건의료 외적인 건강 결정 요인으로 인한 건강의 격차 또는 차별이 해소될 수 있도록 건강할 권리에 대해 평등하고 포괄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질병으로 인한 소득 상실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학회는 "권리의 측면에서 건강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이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국가가 일반 질병이든 업무상 재해이든 의료비와 소득 상실에 대해 똑같이 보장해 사회구성원들이 건강하게 가정, 일터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더 나아가 건강할 권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보건의료 및 소득 상실의 보장을 넘어서 건강 격차 또는 차별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문화적, 환경적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헌법 개정안에 건강권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의무를 규정하고, 건강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이주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또한 개정 헌법에서 건강권의 범위를 보건의료 외적인 건강 결정 요인까지 확대해 건강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