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뷰] 의사 직업특성 고려하면 정규직 노동자 소득과 단순비교는 무의미
소득양극화 부추기는 '저임금 구조' 들여다봐야

[라포르시안] #.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국종 교수의 연봉은 작년까지 약 1억2,000만원 정도였다. 올해 연봉은 2,400만원이 오른 1억4,400만원이다. 작년 11월 총상을 입은 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 치료 과정에서 열악한 중증외상환자 진료체계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졌다.
그 일을 계기로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됐다. 권역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의료진의 처우 개선 차원에서 인건비 지원도 늘었고, 그 덕분에 이 교수의 연봉도 1억4,400만원으로 인상된 것이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이 교수가 맡은 업무에 비해 오히려 연봉 수준이 낮다는 반응을 보였다.

#. 올해 초 지방의 한 중소도시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구하던 일이 화제가 됐다. 이 병원이 소아청소년과 구인 공고를 내면서 꽤 높은 수준의 급여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지원하는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해당 병원이 제시한 월급은 1,500만∼2,000만원으로, 인근 광역시에 있는 병원과 비교할 때 훨씬 더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의사인력 부족에 따른 열악한 근무 환경이나 정주여건 등의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지원하는 의사를 찾지 못했다. 이를 두고 '그렇게 많은 월급을 주는 데도 지원하는 의사가 없다'거나 '의사들이 돈 욕심이 크다'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의사 월급을 놓고 '양가감정'에 가까운 반응이다.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의사는 '고소득 전문직'으로 꼽힌다. 의사들의 소득에 대한 관심도 높다. 다른 직종과 소득을 비교하며 높은 수입을 올린다는 점을 부각한다. 의사 소득에 관한 이런 인식은 의료계가 건강보험 수가 적정화를 요구할 때마다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의사 월급 관련 기사가 화제가 됐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공개한 '국민보건의료 실태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전국 보건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평균임금 자료를 다룬 기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자격 및 보험료 자료와의 연계를 통해 활동 의사, 간호사 등의 평균연령, 평균임금 등을 산출했다. 

이를 통해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보건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의 전체 평균임금 추정액은 1,304만원으로 파악됐다. 연봉으로 추산하면 1억5600만원이 넘는다. 

의료기관종별로 구분하면 평균임금 차이가 컸다.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평균임금은 867만원,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근무 의사는 919만원, 300~499병상 규모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1,255만원, 100~299병상 규모 종합병원 근무 의사는 1,592만원이었다.

병원급에 근무하는 의사 평균임금은 더 많았다. 100병상 이상 병원은 1,613만원, 30~99병상 규모 병원은 1,996만원 수준이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병상 유무에 따라 차이가 났다. 입원병상이 있는 의원급 의사의 평균임금은 1,917만원이었고. 병상이 없는 의원급은 1,362만원으로 산출됐다. 다만 의원급 의사는 대부분 자영업자란 점을 감안하면 '평균임금'이란 용어 자체가 부적절하긴 하다.

표 출처: '국민보건의료 실태조사' 보고서.
표 출처: '국민보건의료 실태조사' 보고서.

의사의 평균 연령을 40대로 한정하면 평균임금은 1,600만원이었고, 병상을 보유한 의원과 30~99병상 병원급에 근무하는 40대 의사의 평균임금이 2,1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는 서울(1,179만원)보다 부산(1,404만원)과 대구(1,434만원), 광주(1,485만원), 울산(1640만원) 등의 지방 도시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평균임금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언론 보도에서 의사 월급을 전체 노동자의 월평균임금과 비교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관련 기사에서 통계청이 2016년 11월 발표한 '2016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인용해 의사 평균임금과 격차를 따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6~8월 3개월간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약 280만원이었다. 단순 수치로 보면 의사의 평균임금은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임금과 비교해 4.6배 정도 더 많다. 상당히 큰 차이다.

표 출처: 통계청의 '2016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
표 출처: 통계청의 '2016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

여기서 짚어볼 게 있다. 의사들의 근무시간이 전체 노동자의 평균 근무시간보다 훨씬 더 길다는 점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2016년 11월 21일부터 2017년 1월 8일까지 의사회원 8,564명 중 환자를 진료하는 7,885명을 상대로 실시한 '2016 전국의사조사' 결과를 보면 진료의사의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50.0시간이고, 연간 근무시간은 평균 2,415.7시간에 달했다. 평균 근무일수는 300.8일로 조사됐다.

의사들의 연간 근무시간을 한국 노동자 평균 노동시간과 비교하면 어떨까.

OECD의 '2017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16년 기준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평균(1,764시간)보다 305시간 더 길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긴 편에 속한다.

그런데 한국의 임상의사는 노동자 평균보다 연간 346시간(약 14.4일) 더 일하고, OECD 회원국 평균보다 651시간(약 27일) 더 오래 일한다. 

심지어 일주일 내내 병원 문을 열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도 많다. 전국의사조사 결과를 보면 진료의사의 주 5일 근무는 16.1%에 불과했고, 주 6일 근무를 한다는 응답이 68.5%에 달했다. 쉬는 날도 없이 주 7일 근무한다는 응답도 15.4%에 달했다.

복지부 조사자료에서 평균임금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중소병원이나 병상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는 500병상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와 비교할 때 근무시간이 훨씬 더 긴 편이다. 저수가와 의사 구인난 등의 영향으로 규모가 큰 대형병원에 비해 훨씬 더 적은 의료인력으로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균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40대의 개원의사(2,100만원)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삶의 질이 열악하다. 개원을 위해 빌린 대출금도 갚고 직원 월급도 주려면 일주일 내내 밤낮없이 병원 문을 열고 환자를 봐야 한다.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병원을 유지할 수 있다. '월화수목금금금' 일하고, 저녁과 주말이 없는 삶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지방 중소병원은 의사 구하기가 힘들고, 만성적인 의사인력 부족 상황이라 진료업무 부담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월급을 주고 의사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사가 하는 의료행위의 전문성과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업무 특성, 그리고 근무시간 등을 감안하면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과 단순비교는 무의미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와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 격차가 4배 이상 나는 데는 한국의 노동자가 일하는 시간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OECD의 '2017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한국 취업자의 평균 연간 실질임금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3만2,399달러(2016년 기준)으로 OECD 평균(4만2,786달러)의 75% 수준에 불과했다.

만일 한국 취업자의 평균 연간 실질임금이 OECD 평균(한화 약 4,500만원) 수준일 경우 의사의 평균 연봉(약 1억5600만원)과 격차가 4.6배에서 3.4배 정도로 줄어든다.

의사와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임금 격차가 큰 건 한국의 소득양극화가 그만큼 심화돼 있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다. 따라서 '의사 평균월급'이 아니라 소득양극화 문제와 이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옳다.

의료계 "의사 소득 공개, 나쁜 의도 있는 것 아니냐"  

의료계는 복지부의 자료를 인용해 의사 평균임금 관련 보도가 쏟아지자 '문재인 케어'에 반발하는 의료계를 압박하기 위해 이런 자료를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용민 후보(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는 지난 15일 "의사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타 직종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 동안 일을 하고 있다”며 “부가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의사의 소득이 전체 정규직 평균의 몇 배에 달한다는 식의 보도는 사실여부를 떠나 국민들의 의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주려는 저의가 의심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악의적인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서 정부의 나쁜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복지부가 이번에 공개한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결과는 5년마다 국민의 보건의료 수요 및 이용 행태, 보건의료에 관한 인력ㆍ시설 및 물자 등 보건의료 실태를 조사토록 한 '보건의료기본법' 규정에 따라 실시하고 공개한 것이다.

언론이 이 자료를 단순 인용해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의사 월급'이 포털사이트의 인기 키워드가 됐고, 이 때문에 더 많은 후속기사가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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