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공공연맹 등 '설립 타당성 연구' 공개하며 의제화 나서..."타당성 검토 필요해"

[라포르시안]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과 관리 등의 역할을 의 를 일원화는 기구로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공공보건의료공단을 통해 현재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는 공공병원의 운영 및 관리주체를 일원화하고, 위탁 및 전환을 원하는 민간의료기관을 공공의료기관으로 전환하는 역할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한국노총은 1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공동으로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의 필요성과 효과’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앞서 한국노총은 작년 하반기에 공공연맹, 의료산업노련, 연합노련과 공동으로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 타당성 연구(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공공과건강연구팀)’를 수행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를 통해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을 위한 여론화에 나설 방침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한국 공공의료체계의 바람직한 관리를 위한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은 2018년 첫 정책제안인 동시에 복지국가건설을 위해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에 나선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한국 공공의료의 바람직한 관리를 위한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 필요성과 효과'라는 제목으로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 필요성을 제안했다.

정형준 정책실장은 발제를 통해 "과잉의료와 의료이용의 불평등,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 대도시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시스템과 극심한 지역적 불균형은 근본적으로는 의료공급이 시장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라며 "국공립병원이 전체 의료기관의 5% 정도이고 병상수로도 8~9% 정도인 상황에서 정부의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기전은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간의료가 전체 의료공급체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다보니 공공의료가 ▲재난이나 감염병 대응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지역적 불균형과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 ▲적정진료지침의 제시와 보건의료시스템의 선도 등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공공의료의 문제점으로 ▲절대적인 비중의 부족 ▲수평적·수직적으로 분절적인 공공의료체계 ▲독립채산제와 평가제도 ▲일차보건의료를 위한 공공의료의 부재 등을 꼽았다.

정 실장은 "국립대병원은 교육부 산하에 있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국공립병원이 복지부 관리 하에 있지 않으며 수직적으로 분할되어있다"며 "그 외에도 여러 국공립병원이 노동부나 과기부 등으로 나뉘어져 있기도 하다. 또한 국립의료원은 국가중앙의료원이지만 각 지방의료원은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에 속해 있어 복지부가 통일성 있게 관리감독권을 행사하기 힘들고 관련 의료원의 인사권에 관여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공공의료시스템은 그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 부족한 의료기관 마저 분절적이고 재정적으로 취약하며 구조적으로 공공의료의 역할에 충실하기 보다는 수익성추구를 하도록 구조화되어있다"며 "이런 현실적 조건들은 공공의료의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추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공공의료 인프라를 양적으로 확충하고 질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를 통합적으로 추진할 단일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공보건의료공단을 설립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공공의료시스템을 수직적·수평적으로 통합하고, 인적교류와 교육훈련을 효율화하며, 기능적·재정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단의 역할로 ▲민간 병상 매입 및 퇴출 추진  ▲위탁 및 전환을 원하는 민간병원의 공공병원 전환 및 공공병상 신축 ▲공공보건의료공단 직영병원의 관리 및 운영 ▲공공보건의료공단 위탁병원의 관리 및 운영 ▲지역 일차의료지원센터 확충 ▲방문건강관리서비스 인력 확충 등을 제안했다.

공단 설립과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재원 조달 방식으로 국민연금, 건강증진기금(담뱃세), 건강보험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 실장은 "국민연금의 사회적 투자분을 활용한 ‘사회투자채권’등을 동원해 공공보건의료 인프라에 투입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적정진료 창출을 가져오고 장기적으로 의료비 절감과 일정수준의 채권수익율을 유지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며 "또한 2016년 기준 담배세수 12조원 중 5%만 공공보건의료공단 운영 및 공공의료 인프라 확장에 사용한다면 연간 6000억의 재원이 마련되며, 이는 담배세원 활용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20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 누적분을 우선적으로 공공의료 인프라에 투자해 건강보험 재정 자체의 효율화를 꾀하는 것도 재원조달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공의료의 통합적 관리를 위한 공공보건의료공단의 설립 효과로 ▲국민에게 적정의료 보장 ▲사회적으로 ‘대도시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중심의 건강’으로 패러다임 전환 ▲재정적으로는 불필요한 중복투자 및 과잉의료 줄여 전체 보건의료비 절감 ▲공공의료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 제공 등을 꼽았다.

정 실장은 "공공보건의료공단 운영시 효율적인 의료자원의 이용으로 불필요한 지출구조가 개선되며, 민간병상을 포함한 병상재배치로 의료자원 이용을 위한 국민들의 부수적인 비용도 절감된다"며 "이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과 함께 총의료비 절감을 이루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공단 설립을 통한 공공의료 확충은 보건의료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타당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공병상 신축, 또는 신축과 민간병원의 공공병원 전환을 통해 20%까지 확충할 경우 총 고용효과는 최소 13만6,000여명에서 최대 18만9,000여명에 달한다.

공공병상 신축, 또는 신축과 민간병원의 공공병원 전환을 통해 30%가지 확충하면 총 고용효과는 최소 27만2,000여명에서 최대 37만8,0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예측됐다.

정 실장은 "공공보건의료공단은 적정인력 충원의 모범을 보일 뿐 아니라 고질적인 지방의료원의 임금체불문제, 의사성과급으로 인한 임금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다"며 "또한 의사, 간호사와 같은 핵심 의료인력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보장함으로써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공병원에서도 교육, 복지를 향상시켜 일하고 싶은 일자리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설립 필요성 놓고 찬반의견 엇갈려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 제안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반응을 엇갈렸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전국단위의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은 법 제정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지만 우선 지자체에서 관할 공공병원과 보건소를 중심으로 지역전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평등한 건강권 보장, 좋은 일자리 창출, 안전과 재난에 대한 대응, 적정의료의 모델 마련, 지역기반 일차의료 모델 정립, 공공의료기관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 등의 기본적 원칙을 반영하고 모델을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이 현재 한국 의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작동하기보다는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임준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공공의료 30% 확충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민간병원이 일정한 규모를 갖추고 있고 해당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제공하고 있다면 거버넌스 측면과 기능적 측면에서 공익성을 높여 실제 공공보건의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이면서도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타당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의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공단과 같은 단일 체계로 공공병원을 재편하는 것이 지방분권화 측면에서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도 설립 주체 및 근거 법률이 다양한 공공병원을 단일한 공단 형태로 재조직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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