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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는 건강을 해친다!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따른 건강 문제 다룬 '자본주의의 병적 징후들'
"건강은 상품이 아니다!"

[라포르시안] '작은 정부'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사회 모든 부문에 '규제 완화'의 칼날을 들이댔다. 보건의료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통령이 직접 '규제는 암덩어리'라는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을 써가며 의료상업화를위한 규제 풀기에 국정운영을 집중했다. 민간기업이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허용과 외국영리병원 허용 등의 의료민영화 정책도 남발했다. 그 과정에서 경제 관련 부처가 보건의료 분야의 규제 완화 정책을 이끌었다. 보건복지부마저 의료산업화를 위한 조직으로 전락했다.

작은 정부와 민영화, 그리고 규제 완화는 신자유주의의 상징이다.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 원리의 극대화를 도모한다. 박근혜 정부는 끊임없이 보건의료 부문에 신자유주의를 이식하려고 했다. 의료서비스를 상업화하고 건강을 상품화하는 데 골몰했다.

이런 정책의 끝에는 결국 의료양극화가 도사리고 있다. 가난과 함께 건강불평등이 부모세대에서 자식세대로 대물림되는 건강불평등의 고착화가 눈에 뻔히 보인다. 보건의료 영역에서 '자본주의의 병적 징후'가 건강불평등이란 방식으로 몸에 새겨지고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많은 연구를 통해 건강불평등이 소득과 교육 수준의 격차, 고용 정도, 주거 및 생활환경과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는 게 분명해졌다. 규제완화와 작은 정부, 시장의 원리에 기반을 둔 신자유주의적인 보건의료정책은 건강에 대한 책임을 개인화한다. 건강 책임의 개인화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기본권으로써 건강권에 대한 인식을 교묘하게 가린다.

최근 발간된 '자본주의의 병적 징후들(후마니타스)'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인한 건강 문제를 정치·경제학적 시각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곳곳에 만연한 신자유주의가 건강과 의료를 어떻게 상품화하고, 국가의 책임을 시장 원리에 맡김으로써 건강불평등이 어떻게 심화되는지를 여러 국가의 사례를 통해 살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서구 사회뿐만 아니라 탄자니아, 인도, 쿠바,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상품화된 보건의료로 인해 초래된 수많은 사회문제와 정치적 혼란의 징후는 물론 가난하지만 보편적 보건의료를 통해 부자 나라보다 국민 건강 증진에서 탁월한 결과를 보여 준 성공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흥미를 끌 만한 목차를 소개하자면 ▲거대한 부: 보건의료 산업의 자본축적 ▲세계를 대상으로 한 거대 제약회사들의 의료 마케팅 ▲미국의 의료 개혁과 스톡홀름 증후군 ▲유럽 보건의료 제도의 시장화 ▲작업장의 모순: 캐나다 의료 노동의 통제권을 둘러싼 투쟁 ▲아프리카 모성 사망의 현주소: 젠더 렌즈로 분석한 보건의료 체계의 실패 ▲텔레비전 의학 드라마: 의료라는 새로운 소재 ▲‘모두에게 건강을’ 선언과 신자유주의 세계화: 인도의 경우 등이다.

이 책은 1945년 이래 보편적 보건의료 체계를 건설했던 서유럽 국가들의 의료체계가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장 중심의 보건의료 체계로 다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신자유주의와 그로 인해 초래된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건강 및 보건의료 부문에서 생겨난 ‘병적 징후들’을 더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자유주의 깃발 아래 추진하는 보건의료의 상업화, 그로 인해 점점 더 선명해지는 ‘병적 징후들’은 차고 넘친다. 유럽 선진국의 기대 수명은 정체되고 있으며, 심지어 몇몇 국가에서는 기대 수명이 감소하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부유한 선진국에서조차 가난한 사람들의 기대 수명이 부유한 사람들에 비해 10년에서 20년까지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1978년 '2000년까지 모든 인류에게 건강(health for all the people of the world by. the year 2000)'이란 기치를 내걸고 '알마타 선언'이 채택된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의 영아 사망률은 부유한 국가에 비해 29배나 높은 실정이다. 탄자니아에서는 문명사회라면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모성사망비를 기록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자본주의의 병적 징후들'은 이런 현상이 바로 신자유주의적 의료민영화가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킬 것이라는 환상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건강과 질병을 연구하다 보면, 우리는 곧 사회적·정치적·경제적·문화적으로 핵심이 되는 문제들과 대면하게 된다. 실제로, 건강할 권리는 바로 인간의 기본 권리이다. 이는 유엔이 1978년 알마아타에서 선언한 ‘모두에게 건강을’이라는 선언의 함의이기도 하다. 인간의 권리는 상품화되어서는 안 된다. …… 건강은 일반적으로 정치적 원칙은 물론 과학의 기본 원칙으로서도 다음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즉 ‘건강은 상품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병적 징후들' 본문 중에서>

'자본주의의 병적 징후들'은 효율성과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의료민영화가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킬 것이란 ‘환상’을 깨뜨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보건의료에 이식된 신자유주의는 건강을 해친다고 경고한다.

이 책을 엮은 리오 패니치(Leo Panitch)는 캐나다에서 발간되는 연간 학술지 '소셜리스트 레지스터(Socialist Register)'의 공동편집인을 맡고 있다. 콜린 레이스(Colin Leys)는 2009년까지 공동편집인을 했다.

■ 자본주의의 병적 징후들

리오 패니치·콜린 레이스 엮음 |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옮김 | 후마니타스 | 632쪽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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