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계 의원 역할 정립 위해선 전달체계 확립 필수..."한국형 전달체계 만들어야"

[라포르시안] 외과계 의사회 협의체가 외과계 의원의 수술과 입원 기능을 보장하는 내용의 새로운 의료전달체계 공론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앞서 외과계 의사회는 의료전달체계개선협의체가 마련한 권고문 초안에 입원실을 폐쇄하는 내용이 있다며 '수용 불가' 원칙을 분명히 했었다. 하지만 고사 직전에 몰린 외과계 의원이 다시 활성화되려면 결국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외과계 의사회 협의체는 지난 7일 저녁 스페이스쉐어 대치센터에서 '일차의료 외과계의 역할 재조명 및 정책적 제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노만희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김동석 외과계 의사회 협의체 회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외과계 전문과목 수술행위 관련 사례발표를 시작으로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안가, 산부인과의사회에서 연자가 참석해 수술사례와 결과를 소개했다.

한병규 비뇨기과의사회 학술위원은 "다양한 질환의 최소침습적 치료의 발전으로 비뇨기과 의원에서 전립선비대증 수술을 안전하고 보편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면서 "비뇨기과 의원의 전립선비대증 수술의 장점은 대학병원보다 내원일수는 짧고 건당 요양급여 총액도 절반 이하 수준이라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비뇨기과 영역의 수술은 대학병원으로의 쏠림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하정훈 이비인후과의사회 학술위원은 갑상선-두경부외과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전원 사례를 소개했다. 

하 위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 14일까지 모두 187명을 타 의원 및 병원으로 의뢰했는데, 협진의뢰를 한 경우가 57.2%로 가장 많았고 원장 판단에 의한 전원이 35.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환자의 요청으로 대학병원에 전원한 환자는 전체의 7%인 13명에 불과했다. 

하정훈 위원은 "원장 판단에 의한 전원은 진행성 두경부암 등 다학제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거나 특별한 검사나 치료장비, 시설이 필요한 환자거나 장기간의 입원이 필요한 환자"라며 "대학병원의 역할은 교육과 연구다. 이런 역할을 강화해서 근거를 만들고, 동네의원은 이를 기반으로 고급진료를 하도록 체계가 정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과계 의원에서 시술한 수술은 비용 효과성이 높을 뿐 아니라 안전성도 높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성준 안과의사회 보험이사는 "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술 중 또는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해 의료분쟁이 발생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백내장 수술은 0.01%로 1만명당 1명꼴이고, 소송으로 번진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면서 "백내장 수술은 일차의료기관에서 수행할 수 있는 최적화된 수술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런 우수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욱 산부인과의사회 경기도지회장은 "동네 산부인과의원에서 전체 분만의 36.4%를 소화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제왕절개 분만이다. 쉽지 않은 수술임에도 원활하고 안전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분만이 가능한 동네 산부인과는 계속 줄고 있다. 그 원인은 수술을 못하는 게 아니라 환자가 오지 않고 수가도 낮은 데 있다"고 분석했다. 

김석영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외과의 의원의 역할 정립을 제대로 하려면 외과계만의 전달체계가 정립되어야 한다며 대안으로 단순수술에 대한 전달체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즉 52개 약제비 본인부담차등제와 유사한 단순수술 의료기관 종별차등제도를 도입해 단순수술의 경우 일차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받은 단순 경증 수술 환자의 회복 등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하도록 개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복지부 "장기적 방향에서 병상의 단계적 축소 필요...외과계 수가 개선"

이어진 토론에서는 발제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이우용 성균관의대 외과 교수는 "동네의원이 제 역할을 하려면 왜 환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지에 대한 반성부터 필요하다"면서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바로 신뢰의 문제다. 개원가의 우수한 성과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고 시설과 직원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 이런 부분을 신경 써야 환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미묘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적응증 문제도 있다. 수입과 직결되더라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은 수술을 해야 한다"며 "극히 드물지만 말하기가 민망한 사례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저수가 해소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치질 수술 등은 개원가에서 할 수 있다. 병실은 최소 병원급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서 "저수가 저부담 저보장의 악순환도 끊어야 한다. 특히 외과는 상대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다. 이를 개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홍선 대한개원의협의회 부회장은 "행위 가치에 대한 평가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과계 의원이 경영난을 겪는 이유는 진료비 비중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상대가치를 개선해야 한다"며 "특히 수술 수가는 얼마 안 되는데, 그마저도 재료비가 절반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과계에서 감기 환자를 보는데 진료비가 1만4천원이다. 외과계의 단순 봉합 역시 1만4천원이다. 행위의 차이가 명확한데 수가는 똑같다"며 "행위 가치에 대한 평가가 없기 때문인데, 이제는 행위에 대해 재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실 규제도 문제로 지적했다. 어 부회장은 "의원은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단순수술을 한다. 그런 일차기관에 삼성서울병원급 수술실을 운영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탁상행정을 하지 말고 현장의 상황을 보라"고 충고했다. 

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해서는 "지난번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은 내과계의 의료전달체계를 외과계에 무리하게 적용하려다 사달이 난 것"이라며 "외과계와 내과계 유형을 나누는 데서 출발하는 한국적 의료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가 무산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정통령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의료전달체계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매우 안타깝다. 시간을 갖고 논의했다면 합의를 못 할 수준은 아니었다"면서 "의료전달체계는 추상적인 권고문만 도출하는 것이고 방향성에 대한 합의였기 때문에 갑자기 일차의료에서 입원실을 없애거나 수술을 못 하게 하는 사안이 담기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방향에서 병상의 단계적 축소는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 과장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가 병상 과잉 상태인 건 분명하기 때문에 병상이 무한정 늘어나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적정수가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가져가는 게 의료시스템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장기적인 방향에서 병상의 단계적 축소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상이 과잉이라고 볼 때 이후에 외과계 전공의들이 앞으로도 배출 경로를 계속 개원가로 잡아야 하느냐를 놓고 전공의 수급 정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가와 관련해서는 3차 상대가치개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외과계의 기준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과장은 "상대가치점수 개편은 기본적으로 외과계 수가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수가 구조를 보면 대체로 수술 수가는 일본보다 낮지만 영상이나 검사 쪽은 상당히 높다"면서 "수가 인상은 이런 비정상적 구조를 바로잡으면서 장비나 검사, 기계보다는 인력, 의사 노동에 대한 수가를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편 외과계 의사회 협의체는 이날 토론회를 계기로 외과계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수가 인상 논의를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김동석 외과계 의사회 협의회장은 "의료전달체계는 의료기관 각각의 기능에 적합한 역할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긴 시간 입원이 필요하지 않고 환자의 회복 및 관리에 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외과계 경증질환과 단순 수술에 대해서는 일차의료기관을 활용하고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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