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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투쟁의 언어 쏟아내는 의협회장 후보들…올바른 리더십인가
  •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8.03.0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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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아는지 모르겠지만 대한의사협회 새 회장을 뽑는 선거전이 한창이다. 아예 의사협회 회장 선거가 치러진다는 걸 모르는 의사도 많을 테고, 알고는 있지만 누가 출마했는지 상세하게 모르는 회원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3년마다 치러지는 선거판이지만 매번 후보들도 비슷하고 선거 공약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그동안 치러진 선거의 낮은 투표율이 보여주는 것처럼 의사들도 별 관심이 없다. 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관심이 없는게 마치 의사로서 직업전문성인 냥 착각하는 이들도 있다. 며칠 전 만난 어느 의사는 여러 사람이 참석한 공개적인 자리에서 "의사협회 회장 선거가 진행된다고 하는데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고 무심한 말투로 툭 내뱉었다. 정말로 몰라서 하는 말인지, 무관심을 그렇게 표현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의협 회장 선거'로 검색만 해도 다 나온다.   

어쨌건 이번 선거는 자칭 '투사형 후보'가 대세인 듯 하다. 6명의 회장선거 후보 모두 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저지할 '더 강력한 투쟁을 펴겠다'고 경쟁적으로 약속한다. 심지어 강력한 투쟁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고 3년의 회장임기를 채우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감옥에 갈 각오로 싸우겠다'며 결기에 찬 약속을 하는 후보도 있다. 3년 전 의사협회 회장 선거 때만해도 출마한 5명의 후보가 의료제도 개혁을 선언했지만 이렇게 투쟁 일변도는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대한 의료계의 거부감이 그만큼 큰가 보다. 

안타깝게도 누가 의사협회 회장이 되더라도 의료환경이 크게 변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누가 회장을 맡아도 단기간에 지금의 의료정책 흐름을 변화시키고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긴 힘들 것으로 본다. 국민을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저지해야 할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 새로운 회장이 선출된 이후 약속한 대로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강력한 투쟁을 펴더라도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게 분명하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저지하는 투쟁을 하려면 건강보험 가입자인 국민을 설득할 명분이 있어야 하는 데 딱히 그렇지도 못하다. 그런데도 감옥에 갈 각오로 싸우겠다는 후보가 넘치니 걱정이 든다. 협상을 해야 할 때와 싸워야 할 때를 제대로 구분해야 하는데 지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누가 더 투쟁의 선봉에 설 수 있는가를 경쟁하는 듯하다.   

의사협회는 의사를 회원으로 둔 직역단체다. 철저하게 의사회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데 초점을 두고 활동을 한다. 그런 단체의 회장에게 의료정책의 변화를 주도할 힘이 없을뿐더러, 그럴 수도 없다. 다만 의사협회는 정부가 보건의료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카운트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다. 의료전문가 단체로서 올바른 의료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의협은 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맡지 못했다. 물론 알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의사들이 정부의 정책에 강제적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그렇다고 해도 의사들이 주체적으로 국민의 건강권 확립을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거나 추진한 경험도 거의 없다. 지금까지 보여준 건 철저한 이익단체의 모습이었다.

한국 의사사회는 국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어진 의사면허제도 틀 속에서 부여된 독점적인 권리와 배타적 지위를 당연한 듯 누려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배타적 전문주의에 매몰된 듯하다. 낮은 의료수가와 진료 자율권을 침해하는 제도에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건강권 보장이나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 문제에는 침묵했다. 고도의 의학적 전문성을 지닌 '자영업자' 신분으로 스스로 한계를 뒀다. 지금 의사협회나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주장하는 논리는 '문재인 케어'를 하기 전에 적정 의료수가를 먼저 보장하라는 것이다. 또한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전환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나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과잉진료나 의료 오남용을 억제하기 힘든 현행 행위별수가제 방식의 지불제도를 변경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비친다. 꼭 필요하다던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도 걷어찼다. 그러면서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팔을 걷는다.  

지금은 투쟁보다 협상할 때다. '문재인 케어'가 그렇게 문제가 많다면 복지부를 상대로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주장하면서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민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정책을 밀어붙인다고 판단되면 보건의료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도 연대해 적극적인 저지에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의사협회가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그 리더십은 자율성과 자기통제, 그리고 이타심에 뿌리를 둔 의료전문주의를 기반으로 형성돼야 한다. 의사협회 회장을 누가 맡느냐가 그래서 중요하다. 

투쟁만 한다고 강력한 의사협회가 되는 건 아니다. 의료전문가 단체로서 위상을 정립하고, 그 전문성을 기반으로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설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강력한 의사단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의료전문주의를 구현하려는 의사사회의 의지가 반영된 인물이 회장에 당선되면 의사협회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 방향으로 의사협회가 변하면 의료정책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의료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의사라면 의사협회가 올바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 회장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의사의 직업전문성과도 부합한다.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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