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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장시간노동 관행은 인력부족 탓"...보건업 특례업종 유지 거센 반발보건의료노조 "의료인력 부족 방치하는 꼴...특례업종 축소 아닌 폐기가 해법"
2015년 9월 2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전국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주최로 환자안전 위협하는 병원노동자 장시간노동 근절을 위한 근무시간 실태조사 선포식'이 열렸다.

[라포르시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27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특히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 적용 업종도 기존 26개에서 5개로 대폭 줄였다.

그러나 병원이 포함되는 보건업은 여전히 특례업종으로 유지키로 하면서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가뜩이나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노동자들이 인력부족 상황에서 특례규정으로 과로로 내몰리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보건업을 노동시간특례 대상 업종으로 유지하는 것은 탁상정책이며, 노동시간 특례업종 축소가 아닌 노동시간특례제도 폐기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노동시간 단축 개정안 합의를 마련한 데 대해 환영하며, 노동시간 단축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그러나 보건업을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지대상에서 제외하고 계속 노동시간 특례업종으로 묶어두는 것에 대해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병원에서는 장시간 노동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실시한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원 노동자 1인당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6.85시간이며, 1일 평균 연장근무시간은 82.2분이었다. 이를 합하면 연간 평균 2,436시간을 근무하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성심병원 갑질 논란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상당수 병원에서 간호사가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게 관행화돼 있다. <관련 기사: “26년전 간호사 근무 때 6분만에 마시듯 식사…지금도 달라진 게 없어”>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자살한 신규간호사는 저녁근무 당시 오후 1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5시에 퇴근할 정도로 장시간노동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법정 근로시간이 준수되지 않고 일상적인 연장근로가 관례화되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내 장시간노동은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드린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

보건의료노조는 "인력부족으로 밥 먹을 시간도 없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엄청난 노동강도에 시달리는 병원노동자들의 장시간노동은 의료사고와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병원을 노동시간 특례업종으로 묶어두는 것은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현재의 인력운영체계를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무엇보다 병원의 장시간노동은 업무 특성 때문이 아니라 인력부족 때문에 발생한다.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면 보건업을 노동시간 특례대상업종에서 제외해도 병원 운영상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보건의료노조의 분석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의 장시간노동은 적은 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담당하게 하거나 많은 업무를 하게 하고, 이직률이 높아 숙련인력이 부족하고, 충분한 인력충원 없이 각종 회의·교육·행사·평가준비 등의 업무를 감당하게 만들고, 각 직종의 고유업무를 타 직종이 대행하는 등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며 "이처럼 병원의 장시간노동은 업무특성상 불가피한 게 아니라 인력부족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보건업을 노동시간 특례대상업종으로 유지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보건업을 노동시간 특례업종으로 계속 유지할 경우 인력부족으로 인한 병원내 장시간노동을 악용하고 방치하는 핑계거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무제한 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시간 특례업종제도 자체를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란?

현행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르면 운수업을 비롯해 금융보험업, 의료 및 위생 사업 등의 업종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대표와 서면 합의를 했을 때 제53조제1항에 따른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제54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이 처음 제정됐을 때는 이런 특례 규정이 없었다. 그러다 1961년 12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이 규정이 추가된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당초 ‘공중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특정업종의 노동시간은 별도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게 특례업종 규정을 둔 취지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용자를 위한 특례제도로 전락해 저임금ㆍ장시간 노동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특례(特例)'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지나치게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노동시간과 휴게시간 특례를 적용받는 사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는 전체 산업 종사자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친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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