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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1년, 건강보험제도는 앞으로 계속 안녕할까건보공단, 227쪽 분량 연구보고서 공개…"당연지정제 ISD 청구 가능성 희박"
"ISD 전문성 가진 변호인력 전무…해외로펌 의존해야 하는 상황"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작년 3월 15일 발효된 한미 FTA가 국민건강보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펴냈다. 

그러나 한미 FTA에 따른 '투자자-국가 소송제(ISD)'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너무 낙관적으로 분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최근 '한미 FTA가 국민건강보험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총 227페이지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건보정책연구원이 작년에 연구분석을 완료한 것으로, 내부적인 검토를 거쳐 최근 외부에 공개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유일한 보험자인 건보공단이 한미 FTA 발효가 건강보험제도를 비롯한 보건의료 정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연지정제, ISD 제소 가능성 낮지만…" 

보고서는 국내 건강보험의 주요 정책들이 한미 FTA 협정상의 의무를 ISD에 청구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봤다. 특히 ISD 청구 가능성이 제기된 당연지정제 및 보장성 강화정책에 대해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앞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당연지정제 등의 건강보험 제도나 정책도 ISD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를 계기로 의료민영화가 촉진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당연지정제의 ISD 청구 가능성을 극히 낮은 수준으로 봤다.

보고서는 "보건의료와 관련해 ISD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수용보상의무에 국한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당연지정제에 대한 ISD 제소가능성을 우려하는 측에서 예로 제시하는 사건 중 하나가 캐나다 센츄리온 사례이다. 캐나다 정부는 국민들의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위해 캐나다 보건법으로 공보험체계를 유지해왔다. 이는 보편적 접근이라는 점과 포괄적 서비스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당연지정제와 그 성격이 매우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센츄리온 사례는 미국의 영리병원 트러스트 기업인 센츄리온사가 지난 2008년 7월 캐나다 정부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ISD에 따라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청구한 경우이다. 국내에서는 이 사례를 언급하며 당연지정제의 ISD 청구 가능성이 자주 제기됐다.  

보고서는 "당연지정제는 제11장(투자)의 규정에 의해 ISD 청구가능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투자분쟁 소지의 핵심은 선투자가 이미 이루어진 상태에서 투자환경의 변화로 인해 투자자의 손실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발생했을 때 개인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미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당연지정제로 인해 새롭게 한국으로 진출한 투자자가 투자 후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투자자가 당연지정제를 간접수용에 해당된다고 주장하며 ISD에 청구하기는 어렵고, 청구가 되더라도 중재판정부에서 당연지정제가 간접수용에 해당돼 투자자의 손실을 보상하라고 판단할 가능성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장성 강화 정책, '극히 심하고 불균형적인' 경우 ISD 제소 가능성"

한미 FTA로 인해 국가에서 시행하는 보장성 강화 정책이 미국의 영리병원과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간접수용에 해당돼 제소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정부에서는 국민건강보험제 도는 법정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한미 FTA 협정의 대상이 아니며, 보건의료서비스는 미래유보돼 있으므로 보건의료서비스 관련 정부조치의 하나인 국민건강보험제도 및 정책은 한미 FTA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며 "그러나 보장성강화 정책도 수용‧보상의무는 준수해야 하므로 만약 보장성 강화정책이 간접수용에 해당되면 ISD 청구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만일 보장성 강화 정책이 ISD에 청구되더라도 정당한 공공목적을 가진 정부정책은 극히 비차별적인 경우가 아닌 경우 수용을 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보장성 강화정책은 자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의 고유권한이자 공공정책"이라며 "따라서 이러한 정책이 극히 불균형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ISD 본안 판단에서 기각될 것이기 때문에 한미 FTA로 인해 정부의 보건의료 분야 정책자율성이 크게 위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관련 공공정책이 ISD의 대상이 되는 간접수용을 구성하는 경우는 '극히 심하고 불균형적인' 경우이므로 향후 보건의료 정책의 수립과 시행에서 이런 점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미 FTA 협상 당시 양국 협상대표단.

ISD 법률적 대응할 전문가 태부족

우려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건강보험 관련 제도나 정책이 ISD에 청구됐을 경우 관련 전문가가 부족해 법률적 대응이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제소를 당하면 국가를 대변하는 정부산하 변호인단에서 소송을 담당한다. 연방정부 산하에 설치된 이 기구는 우수한 인재들로 구성된 국가 로펌의 성격을 띤 기구로, 미국을 상대로 벌어지는 많은 ISD를 변호하고 활동영역을 넓혀가며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다.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로펌으로 ‘정부법무공단’이 2008년 출범했지만 전체 변호사 수가 2012년 현재 38명으로 턱없이 부족하며 ISD에 대한 경험을 가진 변호사가 전무해 해외 로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1984년 미국 총기회사인 콜트사에 의해 ICSID로 제소당한 이래 ISD가 청구된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에 관련 전문성을 가진 변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따라서 ISD 경험이 풍부한 해외 로펌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한미 FTA의 체결로 발생할 수 있는 ISD를 대비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담당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며 "나아가 현재 보건의료서비스 관련 공공정책에 ISD 따른 위험부담이 적다하더라도 이를 더욱 감소시키기 위해 ISD 관할권의 입증책임,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의무의 판단기준 등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제도 ISD 제소 가능성은 정말로 희박한가 

공단의 보고서는 한미 FTA에 따라 건강보험제도의 핵심인 당연지정제가 ISD 청구 가능성이 낮을 뿐더러 제소되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계 보험회사들이 투자에 불리할 경우 ISD 청구를 통해 당연지정제 폐지를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있다.

보험연구원 이창우 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한미자유무역협정과 민영의료보험시장의 변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가 민영의료보험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당연지정제와 보험사의 요양기관에 대한 심사권한 도입을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당연지정제가 ISD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있으나 법정사회보장제도를 구성하는 활동이나 서비스가 유보조항에 포함돼 있어 당연지정제가 무너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문제는 유보조항의 예외규정으로 인해 요양기관에 대한 심사권한을 요구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해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주요 정책 및 입법과제’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가 건강보험제도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주목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주경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건강보험제도가 (간접수용으로 인해)ISD의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는가의 쟁점이 핵심이다. 이는 부속서 관련 조항에 근거해 원칙적으로는 제외돼 있다”며 "하지만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투자자가 독자적으로 제소할 수 있으므로, 미국계 보험사 등 투자자가 원하면 제소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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