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소설 제목이 '스페이스 멍키의 똥'이다. 우주 공간으로 보내진 원숭이를 소재로 한 공상과학 소설인가 싶다.

뜻밖에도 이 책은 치매 환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도 치매 환자 본인이 1인칭 시점의 서술자로 등장한다.

'스페이스 멍키의 똥'(브레인와이즈 펴냄)이란 소설이 발간됐다. 이 소설은 디멘시아뉴스가 주관하고 ㈜브레인와이즈와 하버드신경과의원이 주최한 '제1회 디멘시아 문학상 소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번 공모전은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치매라는 질병에 직면한 사람들의 심리와, 혹은 이 병이 주는 이미지와 낙인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정밀하게 묘사할 수 있는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했다.

대상을 수상을 '스페이스 멍키의 똥'은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장편소설로, 긴 호흡을 유지하면서 독특한 플롯 구성으로 작품의 주제 의식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스페이스...'는 치매 환자 본인이 서술자로 등장해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유쾌한 판단을 제시한다. 치매 환자를 등장시키지만 '치매'라는 질환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인간의 삶에 대한 근원적인 주제를 탐구한다.

게다가 '치매, 죽음, 중독, 가족해체’등의 어두운 소재를 블랙 코미디 형식의 밝은 필체로 풀어냈다. 작가는 세밀한 관찰력으로 세대에 따라 달라지는 가치관의 차이, 여성의식의 차이 등도 놓치지 않고 작품 속에 녹여냈다.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돌본 작가의 경험이 작품에 반영되면서 소설 속 인물이나 상황 묘사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작가인 박태인 씨는 디멘시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글을 적는 동안 어머니를 돌보면서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을까하는 자괴감은 엷어지고 세상과 점점 단절돼 가는 어머니의 심리적 불안과 우울감, 혼돈, 망상, 환각 등을 공감하고 수용하게 되면서 치매라는 병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됐다”며 “치매와 관련된 많은 서적들을 읽고 깊이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서 기쁘다”고 당선 소감을 전했다.

근데 왜 '스페이스 멍키의 똥'이란 제목을 붙였을까.

'스페이스 멍키'는 지구 밖 우주라는 환경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인간을 대신해 우주선에 태워보내는 원숭이를 의미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우주 공간의 원숭이는 치매를 앓게 되면서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서 살아가는 환자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치매환자가 나타내는 문제행동 중 변을 가지고 만지작거리는 등의 행위를 하는 '농변(弄便)' 문제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플롯 구성이다. 그래서 제목이 '스페이스 멍키의 똥'이다.

무엇보다 '치매'를 다뤘지만 궁극적으로 이야기 하는 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다. 삶에 대한 통찰은 우리 사회가 치매와 치매환자를 더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스페이스 멍키의 똥

박태인 지음│브레인와이즈 펴냄 | 408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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