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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의 죽음, 폭발직전 간호현실 상징"보건의료노조, 열악한 노동조건·조직문화 개선 촉구

[라포르시안] "화장실 갈 시간도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뛰어다녀야 하고, 업무뿐만 아니라 회의·교육·행사·평가를 위해 장시간노동을 강요당하고, 경영진이 해야할 업무와 의사나 약사가 해야 할 업무를 대행해야 하고, 사고나 불법 의료행위로 법적 소송이 걸리면 책임을 져야 하고, 임신순번제에서부터 사직순번제에 이르기까지 온갖 눈치를 봐야 하고, 폭언·폭행·성희롱에 시달리고, 직무스트레스와 감정노동에 영혼이 소진되는 괴로움에 시달리다가 결국 병원을 그만두거나 외국 병원으로 이직을 꿈꾸는 것이 탈출구가 되고 있다. 이렇게 지금 한국의 간호현장은 폭발 직전이다. 박모 신규간호사의 죽음은 한국의 간호 현실이 폭발 직전 상황임을 드러내주는 상징적인 징표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입사 6개월차 신규간호사가 설 연후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병원내 간호인력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집단 괴롭힘(태움) 등의 인권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19일 성명을 내고 "서울아산병원에 박모 신규간호사의 투신자살사고에 대한 명확한 진상 규명과 확고한 재발방지대책 마련, 유가족에 대한 사과, 자살사고 산재처리와 보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자살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정황으로 보면 신규간호사 적응교육기간 받은 직무스트레스, 과도한 업무량과 긴 노동시간, 실수에 의한 사고 책임 부담이 신규간호사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숨진 간호사는 입사 후 6개월의 신규적응교육기간 동안 살이 5kg 빠질 정도로 끼니를 일상적으로 걸렀고, 출근하기를 힘들어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며 "특히 실수로 환자의 배액관이 찢어지는 일이 발생하자 소송에 걸릴까 두려워 간호사 실수에 관한 소송피해사례를 검색할 정도로 실수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무서움과 불안함도 컸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노동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간호인력의 업무시스템과 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우리나라 간호사의 평균 근속연수가 5.4년에 불과하고 신규간호사의 이직률이 33.9%에 이르는 현실은 연간 간호현장에 투입되는 2만여명 신규간호사들의 처지가 박모 신규간호사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백의의 천사'라 불리는 간호사가 한국의 간호현장에서는 '백의의 전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숨진 간호사는 저녁번(evening) 근무를 오후 1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5시에 퇴근할 정도로 극심한 업무량에 시달렸다.

노조는 "하루 8시간으로 정해놓은 법정 노동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16시간 노동이라니? 시간외근무와 장시간노동을 개인의 업무능력 탓으로 돌리지 말고 시간외근무와 장시간노동을 실질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확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규간호사 교육제도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정규인력으로 투입된 신규간호사가 스트레스와 두려움, 업무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이직을 선택하는 게 다반사가 된 의료현실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호사가 의사업무나 약사업무, 심지어는 경영진이 해야 할 업무까지 호사가 떠안는 불합리한 업무시스템의 개선도 절실하다.

보건의료노조는 "각종 회의와 교육, 행사, 평가로 인해 폭주하는 업무량과 견디기 힘든 노동강도는 간호사를 간호현장에서 떠나보내는 핵심요인이 되고 있다"며 "간호사가 환자를 간호하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의사인력이 모자라 의사업무를 대행하는 PA간호사제도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내 갑질문화와 인권유린, 직무스트레스와 태움문화 등의 악습근절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런 악습은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의 자존감을 훼손하고 병원에 필요한 공동체문화를 파괴하는 적폐"라며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며, 간호사들이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 개선작업이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죽음과 관련해 19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신규간호사 자살사고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 ▲신규간호사 적응교육제도 개선 ▲시간외근무와 장시간노동 근절 ▲직무스트레스와 감정노동 해소 ▲병원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한 '의료기관내 갑질문화와 인권유린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고, 보건의료노조 창립 20주년 기념식과 국내토론회(2월 26일), 국제토론회(2월 27일), 정기대의원대회(2월 28일)에서 간호사 노동조건 개선과 병원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전조직적 운동을 선포하고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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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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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어보세요 2019-09-09 07:57:44

    간호사들 태움문화 없어져야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호인력이 많아야하고 처우개선이 먼저입니다 점심식사 10분만에 해결하고 간호사실올라와서 5분이나마 커피마실 시간있음 다행이죠! 간호사도 사람입니다 사람대우 받는거 당연한거 아닌가요 지금현제도 신입 간호사들 태움 많이 당합니다 계속 세습되고 있는것이 현실입니다   삭제

    • 아무개 2018-03-10 14:11:12

      의료계가 바뀌어야 합니다. 분면히 명확한경계가 있어야 해요
      간호조무사제도 pa간호사제도 이런것들 다 의사가 돈 아낄라고 만들어놔서 혼란스럽게합니다. pa간호사제도는 간호사가 의사일하는 불법인제도라 합법화를 하거나 아님 제도를 없애거나해야해요. 의사들이 양보하거나 감당하거나 해야죠   삭제

      • 강** 2018-02-19 23:56:41

        간호사의 태움 문화라니 참으로 기가 막히네요.간호사의 노동 처우 개선과 의료 선진국을 만들어 환자의 안전한 의료개선을 바랍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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