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련감염 관리 정책 '중환자실·수술실 감염관리'에만 집중...관리 영역 확대도 필요해

[라포르시안]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관련감염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중소병원과 요양병원, 일차의료기관이 의료관련감염 감시체계에서 배제됨으로써 이들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가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소병의원까지 포함할 수 있는 보다 촘촘한 의료관련감염 관리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1월호에 실린 '국내 질병 관리 및 건강불평등 현황과 정책과제'(김남순 선임연구위원·박은자 연구위원·전진아 연구위원·김동진 부연구위원·서제희 부연구위원)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제기했다.

메르스 유행 이후 의료관련감염 관리를 위해 정부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현재 시행 중인 의료관련감염 감시체계가 중환자실과 수술실 감염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되면서  중소병원과 대부분의 요양병원, 일차의료기관은 사실상 감시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문제를 꼽았다.

보고서는 "최근 발생한 신생아 중환자실 사건과 C형간염 집단 감염 발생은 이 감시체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사례"라며 "인력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의료관련감염 관리에 취약한 이들 영역에 대한 중장기 개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영국의 경우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의료관련감염 관리 가이드라인을 2000년대 초반부터 제공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수정·보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병원이 의료관련감염 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담조직과 인력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의료관련감염 관리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중소병원에 대한 방안은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의 용역 연구 사업으로 중소병원 감염 관리를 위한 기술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며 "상대적으로 감염에 취약한 노인 환자가 장기 입원하고 있는 요양병원의 감염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의료관련감염 관리 영역의 범주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의료관련감염 감시체계 대상으로 병원뿐만 아니라 일차의료기관, 장기요양시설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연구 등에 따르면 의료관련감염의 정의에 너싱 홈이나 장기요양시설에 거주하는 입소자와 입원 여부와 관계없이 침습적인 시술 또는 전문 간호서비스를 받은 후 발생한 감염이 포함된다. 그러나 국내의 의료관련감염 관리는 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상당히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병원이 의료관련감염 관리를 위한 충분한 의료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의료기관이 의료관련감염 예방에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과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병원의 감염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과 관련 수가 개편을 실시했다. 감염관리실 설치 대상 병원을 2018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150병상 이상으로 확대하고, 감염관리실 근무인력도 병상 규모에 비례해 배치하도록 강화했다.

그렇지만 강화된 감염관리 인력기준에 맞춰 의료기관이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고자 해도 감염관리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의사와 간호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별도의 감염관리 인력 운영에 따른 인건비와 시설 확충 비용 부담은 병원의 적극적인 의료관련감염 관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 모델병원'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의료관련감염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소용되는 제반비용을 분석했더니 현행 건강보험 의료수가로는 적정 관리를 하는 데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산병원이 입원환자 1일당 감염관리 활동에 드는 비용은 2,936.6원이지만 신설된 감염예방·관리료 수가는 2,380원(1등급)과 1,950원(2등급)으로 크게 낮았다.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기관내 감염관리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감염관리 비용 부담은 커졌지만 그에 따른 수가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의료관련감염과 같은 환자안전 영역에서 충분한 인력과 적정한 근무 시간은 의료관련감염 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따라서 정부는 의료기관이 적정인력을 배치하고 적정 근무 시간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과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 감염관리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미국과 같이 지정된 특정 감염 사건으로 발생한 의료비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 등의 네거티브 인센티브도 장기적으로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료관련감염 관리 주체별로 명확한 역할과 책임, 권한 설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발간한 의료관련감염 지침을 보면 의료관련감염관리를 위한 주요한 세 주체는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지방자치단체(광역, 기초), 의료기관"이라며 "각 주체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부분이 일정 정도 제시돼 있지만 이를 수행하기 위한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은 불분명하다. 의료관련감염 관리 체계가 실제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역할과 책임, 권한 설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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