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 화재 때 숨진 故 김라희씨..."간호조무사도 법정 간호인력으로 인정해야"

[라포르시안]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계기로 병원급 이상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도 법정 간호인력으로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주장했다. 

홍옥녀 간무협 회장은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를 통해 더는 제2, 제3의 고 김라희 회원이 나오지 않고,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제도개선으로 이어지길 간곡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고 김라희씨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 당시 환자들을 대피시키다가 미처 화재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조무사는 법정인력에서 제외되어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에 일하는 간호조무사는 전국적으로 3만여명에 달하지만 의료법 관련 조항으로 인해 이들은 법정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홍 회장은 "병원급 의료기관 일반병동에서 간호사와 함께 엄연히 법으로 규정된 간호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조무사의 가치와 수가를 인정하는 간호수가 차등제에 포함해달라는 것이 오랜 간호조무사들의 여망"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김라희 간호조무사는 똑같은 간호업무를 수행했음에도 법정 간호인력으로 인정도 받지 못한 채 떠나보내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A씨가 나와 간호조무사의 법정인력 포함을 호소했다. 

A씨는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서 30년 넘게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다. 병동에서 간호사와 같이 3교대 근무하며 의사와 수간호사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해왔고, 수술실에서는 어시스트로도 일한다"면서 "그런데 간호조무사는 법정인력이 아니라고 한다. 이번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계기로 그런 사실을 알게 됐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넘게 일했는데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 간호조무사의 존재를 인정해달라"고 호소했다.  

고 김라희 간호조무사의 유족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간호조무사의 법정인력 인정 요구에 동참했다.

고 김라희 간호조무사의 남편인 이모씨는 "아내는 사고 당일에도 평소처럼 출근했는데 오전 7시 37분께 갑자기 전화가 걸려와 '살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전화기가 꺼졌다가 또다시 '자기야 살려줘'라고 했다"면서 "당시 아내는 간호업무 수행 중 환자를 대피시키다 환자와 함께 변을 당했다. 아내는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출산도 미룰 만큼 환자를 돌보는 일을 좋아했고 누구보다 간호조무사로 사명감과 자긍심이 컸다"고 전했다. 

간호조무사가 간호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아내는 간호사 못지않게 일을 하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았다. 환자들도 '선생님'이 아닌 '아가씨'로 불렀다"며 "그럴 땐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저는 아내가 이별한 후에야 간호조무사인 아내의 한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 아내의 희생을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간호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간호업무를 수행하는 투명인간 간호조무사가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며 "고 김라희법을 제정해서라도 간호간병통합병동과 같이 일반병동 간호조무사들을 간호인력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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