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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화재로 드러난 지방병원의 심각한 간호인력난..."환자안전 위협"세종병원 의료인력 법적기준 1/3 수준...간호사 구인난으로 응급실 폐쇄도 속출

[라포르시안] 병원은 노동집약적인 공간이다. 모든 돌봄 서비스가 그렇지만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는 특히나 전문가인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의 협업을 바탕으로 24시간 365일 중단없이 돌아가야 한다. 그만큼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의료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의료인력이 항상 부족한 상태에서 간호사 4~5명이 담당해야 할 일을 1명이 수행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정착됐다. 학대에 가까운 고강도의 노동을 의료인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나마 수도권의 큰 병원은 규모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탓에 의료인력 확충이 수월한 편이다. 반면 지방의 중소병원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기존 의료인력 유출이 심각한 데다 신규인력 구인마저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최근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지방 중소병원이 겪고 있는 의료인력난 문제의 단면을 드러냈다. 세종병원이 적정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있었다면 화재 사고 발생 당시 보다 적극적인 초동대응으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에 화재 사고가 발생한 세종병원에는 의사 3명과 간호사 6명, 간호조무사 17명이 근무하고 있다.

세종병원의 병상 규모나 입원·내원 환자수 통계를 근거로 볼 때 이 병원에서 근무해야 하는 적정 의료인 수는 의사 6명, 간호사 35명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필요한 의료인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로 병원이 돌아간 셈이다.

세종병원 같은 지방 중소병원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확충하려고 해도 지원자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응급실을 폐쇄할 지경이다.

상당수 지방 중소병원이 간호사를 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구인공고를 내고, 보수를 1.5~2배 정도 올려서 제시해도 좀처럼 지원자를 찾을 수 없다. 여기에 수도권 대형병원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도입을 위한 간호인력 충원에 나서면서 지방 중소병원의 경력직 간호사 유출은 더 심화되고 있다.

지방 중소병원은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응급실을 폐쇄하는 상황이고, 심지어 무자격자를 고용해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편법마저 벌어지고 있다.

경남 하동군 지역에서 유일한 응급의료기관 역할을 하던 하동삼성병원은 간호사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지난 2016년에 응급의료기관 지정이 취소됐다.

작년에는 3년 연속으로 인력 법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8개 지방병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응급의료기관 지정 취소 통보를 받았다. 대부분 응급실에서 근무할 의사, 간호사를 구하기가 힘든 군단위 중소도시에 있는 병원이었다.

경남의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지방 중소병원에서는 응급의료기관평가 기준에 따른 의료인력을 도저히 충원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며 "구하고 싶어도 지원자를 확보할 수가 없다. 의료취약지역의 필수의료 서비스 유지를 위해서는 국가가 직접 나서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방 중소병원에서 열악한 근무환경에 지친 간호사들이 병원을 그만두거나, 더 나은 환경을 갖춘 병원으로 이직하는 일은 일상다반사가 됐다. 경험이 많은 간호사 대신 신규 간호사 인력이 그 자리를 메웠다가 얼마 못 버티고 빠져나간다. 간호업무 수행의 연속성과 숙련성, 책임감은 떨어지고 의료 질의 하락을 초래한다.

상당수 지방 중소병원은 간호인력 채용 현황을 신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 간호관리료 차등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다. 간호관리료 차등제는 병상 당 간호인력 수에 따라 1~7등급으로 구분해 5등급 이상은 기준 간호관리료(6등급)의 10~70%를 가산해서 지급하고, 7등급은 5%를 감산하는 제도이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6년 간호관리료 신고 현황'자료에 따르면 중소병원의 간호인력 신고율은 43%에 불과했다. 특히 전북(23%), 충남(29%), 경남(30%), 경북(31%) 등의 지방은 신고율이 30% 수준에 불과했다.

이미지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병원정보 화면 갈무리.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병원별 정보를 보면 경남 밀양시에 있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간호인력을 신고해 간호등급을 받은 의료기관은 거의 없었다.

이번에 화재 사고가 난 세종병원 역시 간호인력을 신고하지 않았다. 간호인력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최하위 등급인 7등급과 동일하게 간호관리료 5% 감산 불이익을 받게 된다. 어차피 의료인력을 확충하기 힘들고 인력을 확충해 등급을 받더라도 가산된 간호관리료보다 인건비 부담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드니 굳이 신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간호관리료 차등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작년 10월부터 등급 산정기준을 허가 병상 수에서 환자 수로 전환해 실제 투입 인력에 따라 등급이 결정될 수 있도록 했지만 간호인력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신규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33.9%이고, 간호사 평균 근속연수는 5.4년에 불과하다.

한 간호사는 "많은 간호사들이 늘 사직서를 품고 산다. 오늘은, 내일은 사직서를 내야지 하는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다"며 "간호사로서 성취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사직서를 내는 게 꿈이 됐다. 간호사 부족과 잦은 이직에 따른 경력단절은 간호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국 환자안전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제 46회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지난 2017년 5월 1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의료분야 50만개 일자리 창출'을 제안했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병원이 적정 간호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개별 병원이 적정 간호인력을 확충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적정 간호인력 확보를 할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당초 복지부는 작년 하반기 중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방안 등이 포함된 간호인력 수급 종합대책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수차례 미뤘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세종병원 사건 수습 현황을 설명하면서 "이번에 불이 난 세종병원에는 의료인과 간호인 수가 규정의 3분의 1 정도로, 절반이 채 안 되는 수만 채용 돼 있었다. 지방 중소병원의 경우 어디고 할 것 없이 간호인력을 구하기 힘든 현실적인 여건이 있다"며 "규정 준수를 강조하기 전에 일단 간호인력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는 그런 사회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올 2월 말까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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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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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답하다 2018-01-30 22:08:59

    그렇게 간호관리료가 간호사 임금의 절반도 안된다고 ...
    이런 간호관리료로는 간호사 고용에 장애가 지속된다고 말했건만
    보건복지부는 병상수를 환자수로...? 그것도 중소병원맘...??
    이보세요 ... 왜 자꾸 중소병원부터입니까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은 급성기 환자를 다루다 보니
    인력배치가 더 높아야합니다..
    제발 책상에 앉아서 머리 굴리지말고
    현실적인 방법들을 제시해주세요 ...
    이런 간호시스템으론 절때 간호사선생님들 오래 못버팀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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