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안 마련 논의가 도돌이표에 빠졌다. 의사협회 내부에서 의견 일치를 못 보고 있고, 병원협회와도 견해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 관련해서는 아예 묻지도 말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는 지난 11일 오전 소위원회를 열고 의협의 내부 의견수렴 결과를 권고문에 반영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쟁점은 외과계 의사회가 요구한 일차의료기관에서 단기입원이 가능한 수술 허용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외래 진료 기능 축소였다. 

의협은 개선협의체가 이 요구를 권고문에 반영하지 않으면 합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병협은 '개방병원' 제도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수용 불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개선협의체는 지난 11일 열린 소위에서 결을 못내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의협 비대위 이필수(사진 가운데) 위원장 등은 지난 12일 추무진 회장을 항의방문하고 의료전달체계 개선 강행 중단을 요구했다.
의협 비대위 이필수(사진 가운데) 위원장 등은 지난 12일 추무진 회장을 항의방문하고 의료전달체계 개선 강행 중단을 요구했다.

의협은 오는 16일과 17일 이틀간 내과계 및 외과계 의사회와 각각 간담회를 열고 그 결과를 18일 열리는 의료전달체계개선협의체 전체회의에서 내놓기로 했다. 

그러나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 의협 내부가 너무 시끄럽다. 

의협 비대위 이필수 위원장과 이동욱 총괄사무총장 등은 지난 12일 추무진 회장을 항의 방문하고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졸속으로 강행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동욱 총괄사무총장은 "복지부와 의협 집행부가 강행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의료 백년지대계인 만큼 충분한 합의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진료과마다 견해가 달라 개선을 논의할 시기가 아닌 만큼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병협의 태도도 완강하다. 병협 한 관계자는 "의협에서는 단기입원이 가능한 수술 허용을 주장하는데, 말이 안 된다"면서 "의원의 입원실이 없어져야 개방병원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다. 게다가 지금은 환산지수가 역전돼서 의원에서 수술하는 비용이 더 비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의 외래를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하는데, 1차와 2차 싸움이 됐다"며 "백번 양보해 외래는 양보하겠다고 했다. 만성질환 관리료 등을 다 가져가고 이제는 입원실 운영까지 하겠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과 병협 어느 쪽도 합의하지 않으면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안은 나올 수 없다. 양쪽이 너무 첨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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