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강화 계획에 수가 정상화 위한 재정 확보방안 없다" 지적
가입자단체 "원가자료 없이 저수가 주장만...적정수가 개념부터 정립해야"

[라포르시안] 의료공급자와 의료소비자가 '적정수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문재인 케어' 추진을 놓고 적정수가 체계 확립 기회로 삼으려는 의료계와 보험료 인상 부담을 줄이려는 의료소비자단체 간 공방이 본격화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한국보건행정학회는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케인 케어의 성공전략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료기관들이 비급여 진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정상적인 병원 운영이 가능하도록 적정수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행 87% 수준인 원가 보전율을 100%로 끌어올리려면 비급여 초과이익 감소분(4조원)은 수가 인상으로 보전하고, 일차의료 강화와 의료기관 간 기능분화를 통한 전달체계 개편에 드는 돈은 추가 재원을 넣어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종별 기능분화 방안으로 ▲외래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와 심층진료를 담당하는 일차진료기관 ▲외래 환자를 상대로 피부과, 정신과 등 심층진료를 제공하는 전문진료의원 ▲외래 심층진료와 경증환자 대상 의원 역점 수술을 하는 외과계 전문진료의원 ▲경증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해당 분야 수술을 하는 전문병원 ▲경증 입원과 수술을 담당하는 지역거점병원 ▲외래 심층진찰과 중증 수술을 담당하는 지역거점병원으로 나누고 종별과 기능에 맞는 진료를 하면 진료비와 처치료를 가산하는 방법으로 적정 수가를 보상할 것을 제안했다. 

반대로 지역거점병원에서 의원 역점질환을 진료하거나 수술하면 진료비를 감산하고 환자 본인부담을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차의료기관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 강화를 위한 급여 수준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만성질환 관리 대상을 고혈압과 당뇨병에서 모든 만성질환으로 확대하고 초기평가, 교육상담, 환자관리에 대한 급여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이런 방법으로 만성질환 환자당 진료비 총액이 26만3,000원∼33만2,000원 수준이 되게 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보상체계를 개편하면 내과 의원에서 1일 40명의 환자만 진료해도 기관을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계 "문재인 케어 추진하면서 적정수가 재정 확보방안 없어"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의료계는 정부의 '문재인 케어' 추진 방안에는 적정 수가 보장을 위한 재원 확보 마련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욱 의협 비대위 총괄사무총장 
이동욱 의협 비대위 총괄사무총장 

이동욱 의협 비대위 총괄사무총장은 "2016년 연세대 산학협력단에서 발표한 건강보험 수가 원가보전율 연구 결과를 보면 상급병원 84.2%, 종합병원 75.2%, 병원 66.6%, 의원 62.2% 등 전체 평균은 69.6%인데, 4조만 투입하면 원가가 보장된다는 주장한다"면서 "건강보험 급여 58조의 원가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최소 25조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인 케어에 드는 비용 30조6,000억원에는 수십 년간 건강보험 제도를 왜곡해 온 수가 정상화에 대한 재정추계도 없고 재정 확보방안도 없다"고 덧붙였다. 

어홍선 비뇨기과의사회 명예회장도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어홍선 비뇨기과의사회 명예회장
어홍선 비뇨기과의사회 명예회장

어 회장은 "복지부와 김윤 교수는 적정수가를 언급하고 있는데, 내년 건강보험료 인상률은 문재인 케어 발표 당시 정부에서 예고한 3.2%에 미치지 못하는 2.04% 인상에 머물렀다"며 "건강보험 국고지원 예산도 국회에서 2,200억원이 삭감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뜻대로 적정수가를 보장해 동네의원을 살릴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저수가라는 의료계 주장,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의료계가 주장하는 '저수가'의 실체부터 명확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수가가 원가 이하라는 의료계의 주장은 정확하지가 않다"며 반박에 나섰다. 

정 교수는 "의료계 일부 그룹은 문재인 케어를 수가 인상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수가가 원가의 50~60%라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으며, 수가 인상은 지불자인 국민의 동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수가 인상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통령이나 정치권의 정치적 선심의 대상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정 교수는 "지불자인 국민은 지난 10여 년 사이에 보험료율이 3%대에서 6%대로 급격히 늘어나는 것에 동의했지만 보장률은 60%대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이 보험료로 지불한 돈과 비급여 급여 전환을 위한 추가 부담이 급여확대를 위해서보다는 의료공급자의 수입으로 더 많이 흘러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루 한국의료사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도 "'적정 수가'가 어느 수준이냐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의료계는 저수가라고 하지만, 노동계나 시민단체에서는 고수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정책실장은 "문재인 케어가 병원들의 수익감소, 나아가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데 국민들은 공감하지 않는다"며 "의료계는 적정수가를 논의하기 이전에 적정수가의 개념이 무엇이고 왜 보상기전이 필요한지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문재인 케어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정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은 문재인 케어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건보료가 폭탄이 되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한다"며 "보험료를 보장성 강화에 쓰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의정협의체를 구성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통령 복지부 보험급여과장
정통령 복지부 보험급여과장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적정수가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원가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원가를 보존하기 위해 수가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수가 인상의 근거는 환자안전 및 의료질 향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보장성 강화를 논의하는 사회적 논의기구 출범 필요성에 동의했다.

복지부도 "적정수가 개념부터 정립하자"

보건복지부도 적정수가 개념부터 정립하자며 의료소비자단체의 편에 섰다. 

정통령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적정수가 개념에 대한 의견과 통계가 다르다. 빨리 정부와 논의해서 개념부터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정수가 논의는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과장은 "최근 우려되는 것은 의료계가 정확치 않은 자료를 자의적으로 가공해 인용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정부가 비급여의 급여전환에 따른 손실을 전액 보상하겠다고 하니 비급여 규모를 과대추계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객관적 자료를 갖고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적정수가를 주장하면서 신포괄수가제 도입을 반대하는 의료계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정 과장은 "(수가 정상화 주장과 관련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신포괄수가제와 관련해 정부는 계속해서 수가 인상을 해왔다. 일산병원 데이터를 보면 최소한 원가 이상의 수가가 보상이 되고 있다"면서 "적정수가를 원한다면 신포괄수가제에 참여하면 되는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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